예전에 읽은 에세이들은 에세이여도 주제가 있었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했다. 점점 에세이들이 신변잡기스러워지더니 이젠 다른 사람의 다이어리를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의 글들이 많이 출판된다. 아마 블로그나 미니홈피처럼 혼자 글을 써야 하는 공간이 많아져서인가보다. 이야기는 들어줄 사람이 있어서 대화가 되어 주고 받아야하는데, 바쁜 일상 속에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일이 힘들어지다보니 혼자만의 공간에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맞장구쳐줄 사람이 없는 혼자만의 수다. 이야기는 제멋대로 뻗어나가고 혼자 해 볼만한 일들도 마구 글이 되어 흐른다. 아무리 혼자만의 공간에 풀어낸 이야기라해도 본디 이야기라는 것이 다른 사람 들으라고 하는 것이라서 그것을 인터넷 상에 공개한다. 혹은 이 책 <숙녀 발랑기>처럼 책으로 뽑아낸다.

 

  백수이며, 미혼이며, 혼자 사는, 그것도 홍대 근처에. 이런 여자는 왜 이리 많은 것일까.

 

  그래도 술술 읽히고 그녀의 삶이 나빠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의 이야기에서 내가 느낀 것들과 비슷한 것, 재미있어 보이는 취미, 생각을 공유할 친구 등이 있기 때문이다. 매일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진 않지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그녀의 다이어리를 끝까지 한숨에 읽은 기분. 딱 그런 느낌의 책이다.

  앞부분의 '일러두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 일러두기 때문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 마디. 그대로 서른이 되어도 괜찮단다. 서른은 특별한 나이가 아니니까.

 

 

 

씨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