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여행서를 읽었다. 요즘 이런저런 여행서가 난무하는 탓에 여행서 중에는 자신의 느낌만을 마구 담아놓은 것이나 객관적인 정보만 나열해(그것도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정보들을) 책이랍시고 내놓은 것이 많아 읽고 나서도 잘 기억에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책들은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쓴 책이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고. 가끔은 그런 책들이 가볍게 읽거나 시간 때우기 용으로 좋지만 아무래도 여행서는 대리만족과 여행으로써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있어야 읽고 나서도 여운이 남고, 다시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이 책,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여행길을 함께 다면서 나도 나 자신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자들이 찾는 길이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나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이 카미노를 걸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은 순례라기보다 저마다의 마음과 마주보고, 마음을 정리하고, 짊어지고 있던 마음의 짐을 조금쯤은 내려놓고, 다시 그 길을 벗어나 저마다의 삶으로 돌아갔을 때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내가 그 길을 걷는다면 아마 훨씬 더 오랜시간 동안, 조금씩 걷고 많이 생각하며 걷지 않을까 싶다.

 

  요즘 '걷기'를 테마로 한 여행코스들이 눈에 종종 뜨인다. 이제까지 한번도 걷는 것만을 목적으로 여행계획을 짜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런 걷기 여행자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다. 그런 나조차도 한번쯤 걸어보고 싶은 길이 있으니 제주도 올레길과 이 산티아고 순례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