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가와와 구사나기 콤비다.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용의자 X의 헌신>과 <탐정 갈릴레오>로 이어지는 유가와와 구사나기 콤비가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던 난 일드 '갈릴레오'를 찾아 볼만큼 열심이었다. 특히 일드 속 유가와 교수는 너무너무나도 만능 캐릭터라 더더욱 재미있어 했었다. <예지몽>은 국내에서는 늦게 출간되었지만 일본에서는 한참 전에 출간된 유가와-구사나기 콤비 3부작 중 한권이다.

  너무나도 열심히 일드 '갈릴레오'를 본 탓에 <에지몽> 속 이야기들은 낯설지 않았다. 물론 늘 겪어오는 소설과 영상화된 매체와의 괴리는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드 '갈릴레오'는 꽤나 원작에 충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말도 안되는 유가와 교수의 폼잡기와 여형사로 교체되어버린 구사나기 캐릭터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다지 많은 괴리감은 느끼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는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무거운 소설보다 즐겁게 후다닥 읽을 수 있는 소설을 많이 읽고 있는지라 그런 조건에 비추어 봤을때 <예지몽>은 그야말로 딱인 소설이다. 흥미도 있고, 벌어지는 사건들을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가끔씩 사회 문제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튼튼하게 구축된 캐릭터가 주는 재미가 있다. 세권이나 콤비가 이어진다는 것은 캐릭터가 실어주는 힘일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점점 유가와의 추리부분이 단순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안에 무언가 미스터리한 일이 있고, 그것을 구사나기가 유가와에게 알리고, 유가와가 그 전말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점점 패턴이 되어가는 듯 하다. 처음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그야말로 유가와와 범인의 두뇌 싸움이었다면, <탐정 갈릴레오>에서 단편들의 연작으로 가면서 그것이 축소되고, <예지몽>에 와서는 자세한 추리전개나 두뇌 싸움없이 너무도 간단하게 사건을 풀어버리는 느낌이다. 이래서야 구사나기가 무능하게 보일 지경이다. 어쩌면 추리 패턴은 그대로인데 세권을 다 읽은 독자로서는 그 패턴이 너무나도 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지도 모르겠다.

 

  다작을 하는 작가임에도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쏟아내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