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탈리아다. <베네치아의 연인> 시작 부분에서 이모의 결혼으로 큰 집에 혼자 남겨진 카티는 얀과 결혼하는 것 대신 1년간 독립적인 삶을 즐기기로 마음먹는다. 해서 같이 살게된 에바와 함께 이탈리아로의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카티는 소꿉친구였던 렌나르트를 만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전작인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를 읽어 카티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지라 그녀가 또 여행을 떠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에 빠지겠구나 하고 짐작은 했지만, 너무 예상대로 진행되기 때문에 조금은 안타깝기도 했다(물론 얀에게 돌아갈 것이란 내 짐작은 벗어났다). 전작에서 미국의 문화와 자국의 문화를 비교하던 모습은 이번 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탈리아와 베네치아의 풍광보다는 렌나르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비중이 크다. 왠지 사랑에 빠지기 위해 여행을 간다는 느낌? 물론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랑도 낭만적이고, 여행 중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도 소중하지만 그것 말고도 여행에서 느끼는 무언가가 있을텐데 말이다. 겨우 23살의 아가씨에게는 이탈리아와 로마, 베네치아의 모습보다 운명의 남자가 더 소중할지도 모르겠다만, 개인적으로는 사랑도 중요하지만 이탈리아만의 분위기와 그안에서 느끼는 카티와 에바의 감정이 너무 적은 것 같았다. 

  이탈리아로 여행갔을 때, 특히 로마와 베네치아에서 느꼈던 그런 설렘과 아스라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인 로마의 폴로로마노와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는 너무 아름다웠다. 때마침 로마로 이동하며 영화 '로마의 휴일'을 다시 본 덕에 영화 속 무대가 된 곳들을 실제로 마주하게 되어 더욱 기분이 좋았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움도 잊혀지지 않는다. 물안개가 자욱하던 이른 아침의 모습도, 때가 되면 물이 차 나무 다리로 이동하고, 미처 다리까지 가지 못한 사람들은 긴 장화를 신은 경찰관이 안아 이동시켜주던 재미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운하를 건너는 곤돌라들과 곤돌라를 탈 때면 여기저기서 곤돌라를 모는 사람들이 관광객을 위해 불러주는 '오솔레미오' 한자락이 너무도 아름다웠던 곳. 해마다 점점 수면이 높아져 언젠가 물 속의 도시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곳이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도 너무 좋았다. 동작과 목소리가 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기엔 좀 과장돼 보이지만 친절과 쾌활함으로 무장된 그들은 언제나 웃는 얼굴로 낯선 동양인을 반겨주었다.

 

  이런 아름다운 도시를 렌나르트 때문에 소홀히 본 카티는 아쉽지만, 결론적으로는 렌나르트는 카티와 결혼을 하게 되니 어찌 생각하면 평생을 함께 할 남자를 만나는 것이니 여행지의 풍광이 눈에 차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음 권에서는 파리다. 렌나르트와 카티가 결혼을 하기 위해 파리로 간단다. 파리에서는 좀 더 여행을 즐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