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다니면서 특정 목표를 두고 다녀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의 여행은 언제나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하고, 노는 것이 두루 갖춰져 있었다.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주 가지는 않는지라 한번 갈 때 이것저것을 충족시키고 싶은 욕심에서다. 때문에 <민희, 파스타에 빠져 이탈리아를 누비다>는 놀라웠다. 단지 파스타 하나를 보디 위해 이탈리아에를 가다니. 내 생각엔 이 여행은 사치였다. 이 책의 저자인 이민희는 이전에도 치즈에 빠져 60일간 유럽을 다녀온 적이 있단다. 아하, 그래서구나. 그런 경험도 있고, 유럽에 가면 꼭 봐야할 것들(사람마다 다르겠지만)도 다 본 사람의 여유로구나-라고 생각되었다. 이런저런 것을 경험했으니 한가지 주제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해볼만한 상태인 것이다.

  사람이 무언가에 빠진다는 것은 참 놀랍고도 대단한 일이다. 동양인이, 그것도 여성이, 그것도 혼자, 자동차를 몰며 캠핑장에서 묵으며 이탈리아를 누비고,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파스타 가게를-그것도 손으로 파스타를 직접 만드는 집을- 취재하러 다닌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일을 하면서 몇번인가 꽤 유명하다는 식당을 취재하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대부분 기꺼이 낯선 인터뷰이를 맞이해주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었다. 미리 취재 협조를 구해도 쉽사리 자신들의 비법이나 주방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요리사의 고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정겹게 인터뷰이를 맞이하고 대접하고, 기꺼이 파스타 제조법과 주방, 공장 등등을 공개하는 그들의 모습이 참 좋았다. 역시 이탈리아 사람들이 음식에 관대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달까.

 

  이런 여행은 낯설지만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나는 파스타 한가지로 국한시키진 않을 듯 하다. 아마 먹을거리면 먹을거리, 볼거리면 볼거리 이런 식으로 좀더 포괄적인 주제가 좋을 것 같다. 한가지 요리나 물건에 집중하기에는 나의 호기심은 너무 여러방면이다(다행히(?) 깊지는 않다. 넓고 얕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