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 혹은 범죄소설을 재미있게 읽으려면 뛰어난 관찰력이 필요하다.  셜록홈즈도 그렇고 코난도 그렇고, 가가형사도 모두들 증거를 일일이 드러내며 설명해주기 보다는 그저 작가가 휙 지나치듯 서술한 것을 잘 캐치해 두었다가 그것을 근거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증거로 삼기 때문이다. 때문에 독자 역시 작가가 그저 아무렇지 않은 듯 휙휙 던져놓은 정보 중 어느 것을 채택해 추리를 튼튼하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둘 중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다>는 그 관찰력이 있어야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있다. 말이 좋아 열린 결말이고, 독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는 것이지, 이 정도로 범인을 밝히지 않으면 독자들에게 항의를 받을 수 밖에(책의 띠지에 이 소설이 출판되었을 때 출판사로 범인이 누군가 묻는 정화가 빗발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추리소설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마지막 부분에서 어느정도 범인을 골라냈겠지만 그가 아니라면 봉인되어 있는 해설을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로 소설의 뒤에 딸려있는 해설을 잘 읽는 편이 아닌데, 이 책에는 해설이 봉인되어(책의 페이지가 붙어있어 칼로 잘라야만 읽을 수 있다) 있는데다 해설을 읽으면 범인을 짐작할 수 있다는 안내글에 의미심장하게 칼로 그어 읽었다. 해설에는 일일히 어느 페이지에 어떤 표현이 있었는지를 언급하며 범인의 증거를 집어주기 때문에 좀 더 범인을 알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범인을 콕 집어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해설을 읽다보니 문득 퇴고의 중요성도 생각해보게 된다. 히가시고 게이고가 'X손으로'라는 표현을 지우지 않았다면 이 소설의 완성도는 팍 떨어졌을 것이라는 해설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공감된다.

  내가 쓰는 이런저런 글에서도 꽤나 많은 쓸데없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것들이 나도 모르게 내 글의 완성도를 깎아내리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무척이나 씁쓸해진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경우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그런가보다. 가가형사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졸업>, <내가 그녀를 죽였다>, <잠자는 숲> 네권이 출간되었지만 가가 형사는 이 네권 외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에도 등장한다. 때문에 굳이 가가형사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나올 필요는 없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