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0대 여학생의 나날들과는 멀어진 나이지만, <코하루 일기>를 읽으며 예전에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키득거렸다. 마스다 미리가 나보다 연상이니 나보다 더 10대 여학생 시절과 거리가 있을 텐데 이렇게 세세하게 10대 시절의 심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다.
책장정리를 하다 종종 어린시절 쓰던 일기를 발견하곤 한다. 지난 일기를 읽는 것은 재미있다.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일기를 써왔는데 반 강제였던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학생 쯤 되니 일기를 쓰는 것 자체에도 반항심이 들었는지 일기가 띄엄띄엄이다. 아마 이때쯤 유행하던 다이어리 꾸미기에 빠져 일기를 쓰는 것보다 다이어리를 꾸미는데 열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가끔 일기다운 일기를 쓴 것을 발견하면 그땐 왜 그리도 간단한 일에 고민하고 걱정했나 싶다.
 <코하루 일기>의 코하루도 그렇다. 학교에선 친구들과의 관계에 고민하고, 마음에 드는 남자애의 일을 비밀스럽게 써놓는다. 아이들 사이에의 암묵적인 룰이라든가 내가 세번째로 좋아하는 남자아이지만 그애는 날 첫번째로 좋아해줬으면 한다든가. 집에서의 불만도 써본다. 사춘기 여학생의 흔한 이야기인 "아빠가 ㅇㅇㅇ 하는 건 싫다"와 "엄마처럼 살지 않겠어", "언니는 왜 저럴까"가 주 내용이지만.
 <코하루 일기>는 단순히 10대 소녀의 일기를 보여주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스스로의 일을 스스로 결정할 때 어른이 된다는 코하루 나름의 교훈도 담고 있다. 마지막 일기를 보았을 때는 어렸던 코하루의 성장을 보는 것 같아 괜시리 뿌듯하기도 했다. 일기까지는 아니어도 이런저런 하루의 소감을 적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