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궁금했다. 어째서 쓰다 아키코의 변호를 맡았는가. 빼앗다시피해 변호를 수임한 이유가 무엇인가 하고. 어찌보면 이 책이야말로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첫번째 권인 <속죄의 소나타>라는 제목이 걸맞는지도 모른다. 미코시바 레이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은 그 나름대로의 속죄였을 것이다. 나락에서 손을 뻗는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먼저 손을 뻗었고, 그 결과 자신이 숨겨온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튼 생업인 변호사일도 위태롭게 되었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 그는 아키코의 변호를 맡았다.

 물론 미코시바 변호사의 다른 변호처럼 이번 역시 의뢰인이 원하는 대로 사건이 풀려가진 않는다. 범행을 인정하지만 감형을 원했던 아키코는 살인 혐의에서는 벗어나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내던져 지키고 싶었던 것을 지킬 수 없게 된다.

 쉬운 인물이 없는 소설이었다. 다들 비밀이 있고, 지킬 것이 있는 캐릭터들이다.  그나마 숨을 쉬게 해주는 게 해맑은 린코였는데, 앞으로의 과정을 통해 린코가 변하게 될까봐 안타까웠다. "또 봐요, 선생님."이라고 린코가 밝게 건넨 인사가 복선이 되어 나중에 의뢰인과 변호사로 법정에서 만나게 될까봐.

 이제껏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영상화를 바란 소설은 딱히 없었는데, 이 소설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파 중견배우를 잔뜩 등장시키면 틀림없이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