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다른 사람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무엇을 하면 좋을까. <풍선인간> 속 킬러는 그 초능력을 사용해 살인청부업을 시작한다. 표적을 터치하는 순간 데스노트에 적어놓는 사인처럼 언제 어떻게 죽는지 주문을 걸면 된다. 아침에 스친 사람이 저녁에 심근경색으로 죽는 식이니 혐의가 자신에게 돌아올리도 없고, 혈전을 생기게 했다가 풀어주는 식으로 상대를 죽이지 않고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완전 킬러로써 완벽한 초능력이다.
처음엔 완벽한 능력이니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의뢰를 해결할 수 있겠구나 했더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워낙 신기한 능력이어서인지 금새 풍선인간이라는 닉네임을 얻고 소문이 난다는 점은 의아했다.
그간 찬호께이의 책은 호흡이 긴 장편소설로만 읽어봤는데 단편연작으로 보니 또 새롭다. 신비로운 킬러 캐릭터(이름도 나이도 외모도 알 수 없는)가 이런 저런 의뢰를 받아 하나씩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은 게임 속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것처럼 경쾌하다. 각 단편 속 소소한 반전들도 읽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고.
기존의 찬호께이 책에 비하면 분량이 참 적구나 싶었더니 풍선인간이 등장하는 다른 단편도 쓰고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구축한 만큼 시리즈 물로 그려내도 좋을 것 같다. 손자손녀와 할아버지 콤비의 사건해결도 몇 번 더 그려내도 좋을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