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은 실제 읽지 않았는데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혹은 읽었더라도 제대로 읽지 않았거나 원작에서 파생된 다른 작품을 보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세계 문학 작품이 여럿 있는데 <오만과 편견>이 그 중 하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유명한 영화조차 보지 않은 나는, 대략적인 등장인물이라든가 주제만 알고 있을 뿐 <오만과 편견>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몇번인가 시도를 한 적은 있지만 의외로 많은 등장인물의 얽히고 ？鰕？ 이야기와 좀처럼 쉬 읽히지 않는 문장 때문이었다.

 이번에 읽기 시작한 <오만과 편견>은 이제껏 내가 느끼고 있던 <오만과 편견>이 지루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러스트가 있는 것으로 선택했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만화가인 박희정의 그림과 함께 읽으면 엘리자베스도 다아시도 좀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일러스트의 효과는 반반인데, 소설 속 인물들을 더 매력적이게 느낄 수 있어 도입부의 그들의 외모를 어느 정도 머릿속에 상정한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일러스트가 그다지 많은  편은 아니라 어느새 일러스트는 잊어버리고 자신만의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구축하게 된다는 점은 아쉽다. 일러스트를 함께 실어 독자들의 흥미를 돋아줄 심산이었다면 좀 더 일러스트가 많았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소설 내용으로 넘어와- 제인 오스틴의 시대나 지금이나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이런 저런 평판이나 선입견 등 처음에 받은 인상들이 쉽게 바뀌지 않는 다는 점이 놀라웠다. 세계 문학이 지닌 변하지 않는 가치가 이런 것이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소설 도입부와 마지막 부분이 결혼에 대한 이야기들이라 19세기 여성들의 삶이란 누군가의 부인이 되는 것이 제일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