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11문자 살인사건>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10여년 전에 읽은 소설이고 워낙 히가시노 게이고가 다작을 하는 작가다 보니 처음 읽는 책처럼 새로웠다. 일본에서 발표된 것은 1987년이라고 하니 나온지 30여년이 된 오래된 소설인데 그런 것 치고는 소재나 문장이 촌스럽다고 여겨지지 않아 역시 이것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힘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1년전 있었던 요트여행에서 사고로 한 사람이 죽고, 그것에 대한 자료를 모아온 르포 작가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요트여행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차례로 시체로 발견되면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 르포 작가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의문을 가진 것이 그의 연인인 추리소설 작가로, 그녀가 애인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을 통해 1년전 사건의 전말까지 파헤쳐지게 된다. 제목이 된 "11문자"는 그런 사건 현장에 범인이 남긴 메세지로 1년전의 요트여행과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무인도로부터 살의를 담아"라는 한줄짜리 편지다.
 요트 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은 그야말로 다양한데, 그러다보니 서로의 가치관이 무척이나 달랐다는 점이 사건의 시발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이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죽일만한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 간의 가치관 차이는 지금도 늘 있는 일이다보니 30여년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조금도 촌스럽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정통 미스터리를 읽으니 참 재미있었다. 사 놓고 아직 안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어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