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기 전 동명의 영화소식을 먼저 들었다. 또 책에도 영화 주인공들로 꾸며진 띠지가 둘러 있어 자연스레 켄지와 미유키의 모습을 두 배우의 모습으로 생각하게 된다. 소설 속 켄지의 직업이 조감독이고, 미유키도 흑백영화 속에서 나온 인물인데다 둘의 첫 만남이 이뤄진 장소가 로맨스 극장이다보니 전체적으로 영화 같다는 인상이 짙게 깔린다. 어쩌면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극본가라고 소개되어 있으니 어쩌면 영화극본을 먼저쓰고 소설로 각색해 내놓았을 지도 모르고.

 이야기는 참 단순하다. 흑백인 영화 속 세상과 컬러감 있는 현실이 대비되고, 영화 속 천방지축 공주 미유키의 모습과 가난한 현실속 조감독의 모습이 대비되며 둘의 사랑에 걸림돌을 척척 놓는다. 좀더 현실적인 문제들도 많을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모두 생략되어 있다. 읽는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영화 한편 보는 시간이면 슬슬 읽을 수 있다. 정말 로맨스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소설 속에서는 미유키의 외모를 그저 예쁘다라고만 표현하고 둘이 함께 사는 켄지의 집을 감옥같은 인상을 주는 건물로, 비일상적인 영화촬영장과 오래된 동네 극장인 로맨스 극장을 배경을 하고 있는데 각각에 대한 묘사가 적은 편이라 영화로 보면 우야마 게이스케가 그리고 싶은 그들의 이야기의 색깔과 모양이 더 잘 느껴질 것 같다. 여러모로 영화가 궁금해지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