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파리다. 파리라는 도시는 신비한 힘을 가진 곳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매력을 발산하며, 여자들로 하여금 사랑을 꿈꾸게 하는, 낭만과 패션의 도시다. 그런 파리에 카티는 결혼을 위해 가게 된다.

  파리에서의 결혼이라, 얼마나 낭만적인지. 하지만 책 안에서 그려진 파리에서의 결혼은 생각만큼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겨우 5분만에 순식간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가족으로 엮여버리는 그것은 파리의 결혼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라스베가스의 결혼이라는 느낌이다.

 

 

  파리여행은 그간의 카티의 미국여행과 이탈리아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더 이상 새로운 인연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릴 필요가 없다. 때문에 여행 자체에 좀더 충실해지고, 많은 풍광들을 묘사한다. 이번에 사랑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역할은 들러리를 자청해 파리로 따라나선 에바의 몫이다. 카티보다 사교적인 에바는 많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 외로운 상태다. 에바는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에서 카티와 렌나르트의 결혼과 이사의 과정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파리여행 중 만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이번엔 카티와 렌나르트, 에바의 여행에의 시각이 드러나기도 한다. 새롭고 독특한 이국의 풍광을 즐기는 카티와 쇼핑과 번화가,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에바, 타국의 문화와 예술을 존중하는 렌나르트. 그 세사람의 스타일이 섞인 덕에 이번 파리 여행에서 카티와 에바는 많은 것들을 보게된다. 본인의 취향대로 여행을 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다른 이들의 시선을 따라가는 여행도 재미있는 법이니 말이다.

  1953년 작인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그 셋의 여행스타일은 지금 사람들의 여행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또한 파리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과 미술관들, 센강의 여유롭고 아름다운 모습 등등 지금 우리가 꿈꾸는 파리와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이번 여행을 끝으로 카티의 여행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카티는 세계로 눈을 돌리기보다 가정으로 눈을 눈을 돌린 상태기 때문이다. 발랄하고 경쾌한 카티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좀 아쉽지만, 이제 카티의 여행이야기 못지않은 나의 여행이야기가 펼쳐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