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으로도 최루성 소설이구나- 싶은 것들이 있다. <엄마를 부탁해>라든가 <어머니> 라든가 <아버지>라든가. 가족이 표제인 것들은 대부분 슬프다. 엄마-혹은 어머니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여성 독자들에게는 90% 이상 먹고 들어간다. 여자들에게 엄마는 그 이름만으로 눈물이 된다.

  <바보엄마>는 최근 SBS에서 방송중인 드라마의 원작이란다. 채널을 돌리다 얼핏 본적이 있다. 다행히 그 드라마의 열혈 시청자가 되지 않아 소설에서 결말을 알아버려도 괜찮았다.

  겁탈을 당해 아이를 배고 정신을 놓아버린 어린 소녀. 어린 소녀의 장래를 위해 어머니는 소녀의 아이를 자신의 호적에 올린다. 이쯤 하면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지만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에 한겹을 더해 태어난 아이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일찍부터 알아버린 눈치빠른 아이가 되고, 집에서는 그 아이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눈치보며 자란 아이는 집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결혼을 선택한다. 남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내실 상처만 주는 난봉꾼. 아이를 낳고 버텨보지만 유독 똑똑하고 예민한 아이의 우울증과 바람만 피워대는 남편과의 이혼 위기로 삶에 허덕댄다. 그러던 차에 정신을 놓았던 엄마가 정신병원에서 완치 판정을 받고 돌아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상투적인 설정들이 얽혀있어 한번도 모녀로 부르지 못한 두 사람과 우울증에 걸린 아이가 가족으로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꾸려가겠구나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딸과 엄마에게 병이 찾아온다. 그리고 더 뻔한 설정의 엔딩. 딱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어울릴 설정들이다.

  이렇게 줄줄 쓰다보니 이런저런 상투적인 요소들이 모두 모여있지만, 그래도 읽다보면 눈에 눈물이 맺힌다. 거듭되는 설정들은 어이없고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엄마'라는 존재는 그 이름만으로도 희생과 눈물의 아이콘이니.

 

씨엔, ci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