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도 '마구'인데다 표지 이미지도 떡하니 야구공이 있어 야구와 관련된 이야기구나 했다. 이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저런 작품 속에서 운동선수들을 등장시킨 바 있어 야구선수와 관련된 사건을 다뤘구나 싶었다. 야구를 하는 모든 일본 고교생들의 꿈의 무대인 고시엔의 경기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슬램덩크'식의 열렬한 청춘들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고 시작부터 뭔가 조마조마하고 어긋나있는 분위기다. 이 느낌은 뒤이어 살인사건이 일어나며 이어지는데, 고시엔에서 경기했던 포수와 천재 투수라고 불리우는 주인공이 차례로 살해당하면서 추리극이 펼쳐진다.

 

  1988년에 쓰여진 소설이니 85년 데뷔한 그의 소설 중 초기작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뒷표지에도 '25세 청년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세상에 알린 혼신의 역작'이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잘 모르는 독자가 책 표지만 보고 책을 고른다면 '참 젊은 작가구나' 할 수도 있겠다. 초기작인만큼 이곳저곳에서 서툰 흔적이 엿보인다.

  야구를 하는 고교생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으니 청춘의 파릇함이랄까, 성장기의 고민 등도 담고 있을 법 한데, <마구>에 등장하는 소년들은 모두들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무작정 아버지를 기다려온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난한 외삼촌 댁에서 키워지며 계속 얼른 자라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 다케시도 다케시지만, 그런 다케시와 닮았다는 말에 기뻐하고 묵묵히 형의 부탁들 들어주는 유키도 열 여덟 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괴이하다. 특히 다케시는 삶에 무게에 너무나도 뒤틀려버려 소년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때때로 섬짓하다. 또 주변의 어른들도 뭔가 억눌리거나 사건에서 피하고 싶다는 인상이 강하고 아이들을 감싸주려는 캐릭터가 없어 뭔가 약간 위화감이 들기도 했다.

 

씨엔, 히가시노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