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는 걷는 데 있다. 평소에 잘 걷지 않는 사람도 여행길에서는 걷게 된다. 여행지에서의 걷는 것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의 이동 뿐 만 아니라 평소에 자신이 마주하지 못했던 것을 마주하게 해주는 여행의 한 수단이 된다.

  어느 나라의 어느 곳이 걷기에 나쁘겠느냐마는, 나는 여자 혼자 걷기에는 일본이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치안이 좋은 것은 물론 골목골목마다 아기자기한 맛을 지니고 있어서 여자들이 걷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높지 않은 건물들과 좁은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한 개성있는 집들과 잘 손질된 정원들은 웬만한 쇼핑센터 못지 않게 여자들의 눈을 잡아 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낯선 나라에 처음 갈 때는 큰 관광지를, 그 다음에는 그보다 조금 덜한, 그 다음에는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찾는 듯하다.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소개하는 이 책 속의 길들은 유명관광지보다는 현지인들이 훨씬 많이 다니는 곳들이 많다. 유명 관광지일 경우에는 그 곳에서도 한국인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도보하이킹 코스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하다.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한 곳들을 실제로 찾으려면 일본어 실력과 함께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자신조차 한번에 일주를 한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나눠 다녔고, 현지의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 다닌 길들이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들을 조금씩 나눠 자신의 여행길에 조금씩 더해 걸으면 좋을 듯하다.

 

 소개하는 곳 중 이미 가본 곳은 반가웠고, 몇몇 곳은 다음 여행길에 더해두었다. 그리고 다음 일본 여행에서는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나만의 '걷고 싶은 길'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씨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