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시대마다 사는 모양도 다르고, 더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쌓아올린 지식의 수준만큼 역사의 수준도 당연히 상향 조정되는 거라 여겼던 나에게 모든 역사는 반복된다는 류의 이 말은 꽤나 큰 충격이었다.

평소 역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우리 역사 이야기는 고등학교 국사시간에나 꺼낼법한 이야기라 생각하고 있던것도 사실이다. 요즘같이 독도 문제나 중국에서 잊을만하면 들먹이는 한국역사를 어찌어찌 중국역사로 편입시켜 보겠다는 얼토당토치 않은 사건들이 터질때만 그나마 우리 역사를 챙겨봐야지 하고 다짐하곤 했었다.

그만큼 내게 있어 역사란 그저 고리타분하고 오래된 책냄새 나는 옛날  이야기 쯤이었다.

그런 옛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을 돌아본다? <듕귁과 오뤤지>는 그렇게 반쯤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옛 선조들의 지혜를 빌어 오늘날에 소용되게 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엄연히 상황이 다를텐데 복잡한 현대의 사건들을 어찌 단순한 과거의 역사에 비추어 깨달음을 얻는다는 거지? 이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저자가 이끄는 대로 유유자적 우리 역사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라 우리 역사속에, 그냥 흘러 듣던 재미난 옛 이야기 속에 오늘의 우리를 비춰볼 수 있는 깊고 맑은 깨달음의 거울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유학생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지닌 최치원을 회상하며, 그런 기회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닥 출세한것 같아뵈지 않았던 그의 모습에서 오늘날 그런 학벌에도 갈곳 없어 방황하는 유학생들의 모습을 비추는 대목에선 그저 허한 웃음이 나왔다. 또 발해에서 발굴된 젊은 용사 유골이 명명백백히 발해가 우리 역사였음을 증거하는데 어어 하는 사이 중국의 동북아공정에 놀아나며 이렇다할 대책조차 세우지 못하는 우리의 현주소를 되짚을 땐 화가 치밀기도, 또 부끄럽기도 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내린 <듕귀과 오뤤지>이지만, 읽는 시간이 짧았다고 해서 책이 주는 감동과 가치는 결코 얕지 않았다. 역사에 관심조차 없던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깊이 깨닫게 된건, 과거의 우리와 현재의 우리를 연결하여 실수는 되풀이 하지 않게 하고 잘한 것은 더욱 격려해 잘되도록 하는 지혜를 담아내야겠다는 것과 시대가 변해도 그 가치는 변하지 않는 우리 역사의 소중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