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스카

 

"오스카가 그곳에 있었던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몇백년만에 읽은 책인지 모르겠다.

첫아이 출산하고 백일째. 수유할때

새벽에 수유하고 잠이 오지 않아

 완독할 수 있었던 책.

 

처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절친의 개인홈페이지에 스크랩해둔 <보고싶은책> 코너였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스티어하우스라는

치매전문 요양원에는 여러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고양이가 함께 지내므로 인하여

사람들은 집에 와있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고양이 오스카도 요양원에 살고 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데이빗 도사는 요양원 담당의사로 일하고 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Dr.데이빗 도사가

고양이 오스카의 호스피스를

환자들과 환자들의 가족들을 통하여 전해듣고

그들의 스토리를 통하여

치매가 각 가정과 가족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심심하게 풀어낸다.

 

나는 개인적으로 치매환자를 가까이 두지 않고 있고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 않아서

더군다나 고양이보다 개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

이 책을 읽을 동기는 없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책읽을 시간은 더더욱 없고

실용서적 아니면 읽을 이유가 없던 카테고리여서인가.

더욱 가슴에 뭉클하게 와닿고 부모님에 대한 마음,

미래의 나의 모습, 한국사회의 노인복지 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1

"나는 '우연이란 신이 남몰래 일하는 방식이다.' 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떠올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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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오스카는 언젠가부터

임종 직전의 환자들을 호스피스하고 있었다.

담당의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죽음을

고양이 오스카는 미리 감지하고

며칠전부터 병실을 기웃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죽기 전날 환자가족 옆에 가서는 위로하기도 하고

환자 옆에서 또아리를 틀고 밤을 지샌다.

하나님께서 오스카로 하여금 그런 능력을 주신 것일까?

 

#2

할머니는 미소를 지었다.
"사는 동안 그런 날이 수도 없이 많을텐데.
잊어버려.
대부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쁘지도 않아.
그냥 집에 가서 부인이랑 아이들에게 뽀뽀해주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일찍 잠이나 자.
다음 날 아침이면 훨씬 가뿐해질 거야!"
"의사 처방인가요?" 내가 물었다.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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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데이빗 도사의 가족은 의사집안이다.

부모님은 데이빗 도사 박사에게

소아과 전문의가 되라고 추천했지만

그는 치매전문 요양원의 담당의가 되기로 한다.

이렇듯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것들이

그에게는 매력적으로 비춰진 것이다.

 

#3

나도 10여 년 가까이 병마와 씨름하다 보니

캐시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생에는 승진이나 연구 지원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매일의 승리와 바로 현재라는 선물 말이다.
나의 노년과 손자 걱정 대신,

갓 태어난 딸아이를 위층으로 안아다줄 수 있고
아들 녀석과 축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까지는 허리를 구부려 신발 끈을 맬 수 있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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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데이빗 또한 불치병(?)이기보단 고질병인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

요양원에서 평안하게 죽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며

그는 당장 지금의 소중한 시간들을 돌이켜보려고 마음을 바꾼다.

 

#4

환자의 침묵이야말로 최악의 경우다.
의대에서는 나쁜 소식을 전할 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경청하고 의지가 되어주되 개입하지 말라.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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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로써 가장 힘든 때가 치매진단을 판정할 때라고 한다.

환자당사자는 질문진단지를 미리 외워와서 애써 노력하지만

시계를 잘 읽지 못할 때 당황한다고 한다.

때론 컨디션이 안좋다고 말하며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합병증이 나타나면 평안히 요양을 할지

계속적으로 수술을 할지 환자와 가족이 판단해야 하는데,

의사도 인간이기에 할머니에게 정이 들기도 하여

감정이 개입할 뻔 한적이 많다고 한다.

 

#5

과학자들에 따르면,
꿈은 학습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꿈은 뇌가 조직을 재편성하고 기억을 정리해서

안전한 곳에 잘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꺼내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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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치매환자도 꿈을 꿀까.

꿈에서는 과거를 기억해낼까하는 내용이다.

 

#6

이미 손에 들어온 패는 바꿀 수가 없다.
가지고 있는 패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게임의 법칙인 것이다.
인생도 그렇다.
어떤 불운이나 행운이 있더라도
모두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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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을 지켜본 그가 내린 교훈이랄까.

죽음을 앞둔 상황은 인생가운데

마지막끝을 준비하는 상황이라서 절망적이 되기 쉽다.

그는 인생의 법칙을 게임의 법칙에 비유한다.

 

#7

치매환자를 가족으로둔 조언
1.본인의 건강도 챙겨라
2.언제나 환자 곁을 지켜라
3.작은 성공에 기뻐하되 큰 그림을 그려라
4.적극적으로 관여하라
5.사랑하고 놀아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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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러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 그렇게 된다면 침착하게 위 조언대로 노력해보려고 한다.

 

#8

"저희 어머니를 상대로 책을 써볼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책제목까지 생각해 두었다니까요.

'우리 어머니를 닮은 옆집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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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있는 말일지 모르겠지만 정말 가족으로써는

가슴아픈 대목이 아닐까 해서 노트했다.

내가 알아오던 가족의 모습에서

점점 어린아이로 퇴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검은머리 팥뿌리될때까지 사랑하겠다는 말은

쉽게 할 약속은 아닌 것 같다.

굉장히 의미심장하고 인내함을 요구하는 말인 것이다.

 

#9

나는 공들인 사진첩에 감탄하면서

잭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이엇을까 생각해봤다.

어머니 인생에 있어 중요한 사건을 다시 떠올렸을 것이고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치매질환들이

환자들의 기억을 앗아가는 반면,

환자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추억만 남겨준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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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오면서 부모님앨범, 내 앨범, 동생 앨범을 나눠서

사진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각각의 일대기가 3권 생긴 것인데,

나의 인생을 반추하고 부모님 인생을 반추해봄직한 것이었다.

첫아이가 태어나자 내 돌사진을 찾아보고,

조카가 태어나자 남동생 사진과 붕어빵인 것을 발견하는 것도

소소한 일상가운데 즐거움이다.

사람을 지나가지만 앨범은 남겠지.

 

#10

어린 시절 낚시를 데려가주시던 아버지나,

숙제를 도와주시던 어머니를

더 이상 떠올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럴때 자녀가 만든 사진첩처럼

개인적인 기념품이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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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부모님의 옛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오셔서

내 숙제를 도와주시며 꿀밤때리던 아버지,

맞벌이하며 고되실텐데도 시험칠때

침대에서 기다려주시던 어머니.

이제는 친정에 와서 출산하고 몸조리하는데

부모님도 연로하셔서 도와주시다

가끔 편찮으신 모습을 보면

옛 젊으실 적 모습을 기대할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

 

#11

사람들은 원치 않는 진실에 맞닥뜨리기보다
부인하고 피할 구실을 찾기 바쁘다.
그 진실이 바로 코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어머니가 오늘 좀 피곤하신가봐!"
"아버지가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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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렇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맛있는 밥한끼 먹고 기쁘게 드라이브하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지.

병원에서 포기한 어르신을 요양원에 맡겨드리는 것도

거기로 눈물머금고 주기적으로 면회가는 발걸음도

나로써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는 사실자체가 하나님께 감사했고

이 땅에 부모님 병간호하느라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위로하고 싶었고

더군다나 호스피스에 종사하는 분들은

정말 축복된 분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