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문학동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TV 프로인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를 통해서 급부상하고 있는 작가 김영하의 소설집이다. 이 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이후 7년 만이라고 한다.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제 겨우 『살인자의 기억법』  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  정도의 작품을 읽어보았다. 제9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아이를 찾습니다」, 제36회 이상문학상 수상작 「옥수수와 나」를 포함해 일곱 편이 실렸다. 「아이를 찾습니다」 쪽이 「옥수수와 나」보다는 이해하기도 편하고 감상하기도 더 수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더 현실적인 내용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편편이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 그리고 '상실 이후의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참으로 알량한 이유로 마음이 심란하고 처참한 생각에 빠져서, 혼자 끙끙거리다, 후다닥 결재를 핑계로 학원쌤을 만나 하소연 아닌 하소연도 하고 위로 아닌 위로를 받고 돌아왔다. 별다른 증상없이 갱년기를 무사히 보낸 나는 늦은 나이에 사춘기라하기도 뭣한 딸아이와의 끊임없는 다툼과 분쟁 앞에서 한참 어린 학부형과의 갈등아닌 갈등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처량한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덕분에 후딱 읽어낼 수도 있는 단편집을 붙잡고 씨름 아닌 투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단편집에는 독특한 아버지와 딸의 관계와 갈등을 그려낸 표제작이기도 한 「오직 두 사람」을 비롯해서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까지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김영하 작가는 2014년 겨울에 발표한 아들의 유괴 사건으로 인하여 벌어진 평범한 가정의 파괴를 그린 「아이를 찾습니다」를 기점으로 그전과 그후의 삶과 소설 모두 달라졌다고 말한다. 모두 알다시피 그해 4월엔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그 이전에 쓰인 소설 「옥수수와 나」, 「최은지와 박인수」 등에서는 무언가를 잃은 인물들이 불안을 감추기 위해 자기기만에 가까운 합리화로 위안을 얻고 연기하듯 살아가는 데 반해, 그 이후에 쓰인 소설 「아이를 찾습니다」, 「오직 두 사람」 등의 작품 속 인물들은 "자위와 연기는 포기한 채 필사적으로 '그 이후'를 살아간다."
이제 <알쓸신잡>을 시청하기 전에 읽어본 김영하 작가의 작품과 <알쓸신잡>을 시청하면서 읽게된 작품으로 또 다른 나만의 선을 그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TV 프로를 통하여 좀더 지적이고, 더 현실적인 모습을 보게 된 것이 작가 자신에게나 나에게 더 긍정적인 도움을 주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러한 지적인 즐거움과 인간에 대한 통찰을 한껏 맛볼 수 있는 김영하 작가의 작품들, 소설적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과 인생의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 현실 밀착적인 정공법이 돋보이는 작품을 통해 그는 이번 소설집에 한 인간 내면의 복합적인 감정부터 다종다양한 관계의 모순, 더 나아가 소위 '신의 뜻'이라 비유되는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인간의 고뇌까지 담아내고 있다.

2017.7.18.(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