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민음사

 

 조남주 작가는 2011년, 지적 장애가 있는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귀를 귀울이면』 이라는 작품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지인 중에 82년생이 아니라 71년생 김지영이 있고 82학번인 나로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이 눈길을 끌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전국의 여러 김지영들의 이야기일테고 작가 조남주가 그려내는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이 오늘의 젊은 작가 13권이라고 하니, 민음사에서 소개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열두 명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의 조해진에서부터 『날짜 없음』의 장은진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네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이 중에서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김중혁의 『나는 농담이다』에 이어서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을 구입하게 되었고, 시립도서관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을 상호대차 신청해 놓았다. 이미 읽은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 김중혁의 『나는 농담이다』도 정말 좋았고, 이번에 읽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도 편하고 좋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신작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있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딸만 넷이 있는 집에서 자랐기에 생전 '여자가!'라는 표현에 익숙하지 않아서 여자이기에 받는 설움을 대학졸업 즈음에 겪은 것 같다. 여중, 여고를 나와 대학도 남녀공학이기는 하지만 여자들만 지원하는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했기에 그렇겠지만 아무튼 졸업을 하면서 취업대란에 뛰어들면서 처음으로 여자라서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이 책,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이다. 나자신은 여자의 권리에 그닥 큰 관심없이 살아왔지만, 딸만 둘을 키우고 있는 여성의 엄마로서 보다더 처절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상 행동을 상담하던 담당의사의 리포트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여성의 입으로 다른 여성의 입장에서 '말'을 한다는 설정이 의미심장하다.

2017.3.25.(토)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