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슬립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북하우스

하드보일드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지만, 검색을 해보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또는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담한 태도를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아즈마 나오미의 <탐정은 바에 있다>나 <바에 걸려온 전화>에 등장하는 스스키노 탐정과 필립 마로는 같은 분위기를 내는 것 같다. 어둑어둑한 밤, 그리고 직접 몸으로 뛰며 싸움도 할 줄 아는 탐정, 큰 키, 멋진 몸매, 그리고 잘 생긴 외모, 여기에 싸움까지 잘 하는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분위기 있는 탐정이 등장하는 강한 느낌을 주는 추리물이라는 느낌이 풍긴다. 셜록 홈즈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탐정이라고 하겠다.

정신없이 다소 산발적으로 숱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탓에, 메모지에 정리를 해가면서 책을 읽어야 했다. 그 등장인물들 간의 연관성도 쉽게 파악하기 어렵고 해서 더더욱….

가이 스턴우드 장군에게는 딸이 둘 있다.

비비안 리건과 카멘 스턴우드.

비비안과 카멘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사고를 치고, 아버지 스턴우드 장군은 돈으로 이를 무마해야만 한다. 빅 슬립이라는 제목에서 풍기는 그대로 비비안 리건의 마지막 남편인 러스티 리건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해서 이미 긴 잠(죽음)에 빠져 있는데, 어느 날, 사라져버린 이 러스티 리건을 찾아내야 하는 임무가 필립 마로에게 주어진 것이다.
빅슬립은 험프리 보가트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레이먼드 챈들러의 사생활도 조금 알게 되고, 18살 연상의 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하고, 필립 마로를 연기한 험프리 보가트가 잘생기고 멋진 배우이지만, 키가 작은 탓에 설정을 변경했다는 사실이라든가, 브루스 리, 실베스타 스탤론 등이 내노라하는 액션 배우이지만, 영화에서는 필립 마로에 대항하는 양아치 똘마니로 등장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소설에는 탐정 필립 마로 외에 수사 반장인 버니 올즈, 크론재거 반장, 태거트 와일드 지방 검사, 알 그레고리 반장 등이 단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주인공이 탐정인 탓에 경찰이나 검사가 할 일은 딱히 없어 보인다. 더군다나 필립 마로는 직접 몸으로 뛰는 행동형 탐정이니까.

스턴우드 장군에게 돈을 요구하면 협박하던 아서 그윈 가이거가 카멘과 함께 있다가 살해 당하고 카멘을 좋아하던 운전수 오웬 테일러는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아서 그윈 가이거는 존 브로디에게 살해당하고, 존 브로디는 아서 그윈 가이거의 애인인 듯 한 호모 캐롤 런그렌에게 살해 당한다.  또한 연이어 해리 존스와 래시 캐니노가 이어서 살해당한다. 물론 래시 캐니노는 바로 우리의 필립 마로에게 살해 당하고….

이 모든 사건은 분별력 없는 카멘 스턴우드가 형부 러스티 리건을 죽인 탓에 이를 덮기 위해 비비안 리건과 공모한 에디 마스가 벌인 일이라는 것을 파악한 필립 마로가 비비안 리건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실을 알게 된다.

2014.1.26.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