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효서 지음

자음과모음

 각종 문학상의 수상작가인 구효서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소설의 제목을 '동주'라 적었다. 윤동주의 동주다. 그렇다면, 저항시인 윤동주가 주인공일 수도 있고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윤동주는 전면에도, 화자로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서술자는 올해 스물일곱 살인 재일한국인 3세 야마가와 겐타로인 김경식과 텐도 요코, 나중에 이타츠 푸리 카로 이름을 바꾸는 아이누인이다. 두 사람은 각각 글을 남긴다. 남긴 글 속에 윤동주는 뒷배경으로만 등장할 뿐이다.

매주 치과에 들러 잇몸치료를 받기에, 잇몸에 놓는 마취주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피곤함이 만만치 않다. 제대로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작은 딸의 중학교 총회와 큰 딸의 고등학교 총회를 연거퍼 참석하였더니, 눈꺼풀은 무겁고, 눈자위가 침침하다. 딸 둘 모두 입시를 치뤄야하는 입장이다보니, 담임선생님과의 면담도 중요하고, 현실에 대해서 나름대로 충격도 받고 왔다.
유고 추적과 한 소녀의 기록을 통해 새롭게 밝혀지는 윤동주의 삶과 문학,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이야기. 윤동주와 함께 기숙하며 그가 연행되는 모습까지 지켜본, 윤동주에 대한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당시 15세였던 교토의 아파트 사동인 소녀 요코. 그리고 윤동주의 유고 미스터리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재일교포 3세인 '나' 김경식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글을 읽고 쓸 줄 몰랐던 15세의 요코의 이야기와 후에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 아이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글을 잘 쓰는 이타츠 푸리 카의 서술, 김경식이 되어 이 모든 상황을 풀어내는 이야기가 각각 다른 서체와 다른 풍으로 전개한다. 더듬거리고 어눌한 요코의 이야기는 마치 다섯 살 어린 아이가 일기를 보는 것 같고, 서체도 이에 맞게 어눌해보인다. 또한, 둥근고딕체로 전개되는 이야기도 50여년 전의 상황을 설명하기 때문에 갑갑하게 느껴진다. 또한 글씨가 비교적 작아서 불빛 아래서 뭉개져 보여 힘들었다.
교토에서 윤동주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던 소녀 요코의 기록과 그녀가 중년이 되어 이타츠 푸리 카라는 이름으로 윤동주를 기억하고 있던 기록을 '나'가 점점 알아가면서 윤동주의 어린 시절부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동주의 고종사촌 송몽규와 문익환, 한명준이라는 친구와의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절친했던 친구 한명준이 반민투에 의해 희생되는 이야기를 비롯해 '나' 김경식이 윤동주의 유고 원본을 찾아다니면서 친구 나츠메 시게하루가 한명준과 길림까지 대동했다는 이류로 조직에서 제거당한 나츠메 가즈토시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언어의 소멸 위기에 대한 내용 등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윤동주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나가며 윤동주가 썼던 언어를 통해 '민족저항시인'이 아닌 '시인' 윤동주를 다시 살려낸다.

2016.3.17.(목)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