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밝은세상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모멘토』와『빅 피쳐』에 이어서 한참 전부터 벼루던 『파리5구의 여인』을 드디어 읽는다. 도서관에서 빌려와놓고도, 한참을 숙제(?)에 밀려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가, 빛의 속도로 숙제를 다 처리하고는 모처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영화학과 교수 해리 릭스는 제자와의 스캔들로 열정을 다해 일한 학교에서 추방되고 아내와 딸마저 등을 돌린다. 힘겹게 모은 재산은 아내 수잔에게 모두 주어버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고, 더 이상 미국에서는 일할 자리를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된다.

급작스럽게 파리로 도망치듯 떠나온 해리는 값싸고 허름한 호텔에 체크인도 거부당하고, 영화관에서 시간을 때우다, 심한 독감으로 쓰러진다. 호텔에서 그나마 가진 돈도 뜯기고... 삶 자체가 빡빡하다.

동료였던 더그의 추천으로 찾은 살롱에서 매력적인 여인 마지트를 만나고 사흘에 한 번씩 파리5구에 있는 마지트의 아파트에서 만나게 되면서, 해리는 야간 경비 일을 맡아 조금씩 수입도 생기지만, 마지트와의 만나는 동안 해리가 머무는 피라디스 가에서는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해리가 그 사건의 용의자가 되면서, 해리는 마지트가 이미 30년 전에 살인을 저지르고 헝가리로 도망가 자살한 사람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해리는 마지트이 신원을 찾아 해메고 이 모든 사실이 진실이고, 해리가 만나고 있는 마지트는 다시는 죽지 않는 영혼(귀신)이며, 도저히 마지트의 수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사흘에 한 번씩 그녀를 만난다.

해리는 귀신에 씌운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응? 이거 뭐야?"하는 심정도 되었다가, 하기는 소설인데, 귀신 아니라 귀신 할아비도 만날 수는 있는 거지 뭐~ 하면서... 귀신과의 섹스는 또 어떻게 할까?

아무리 매력적인 여자라도, 죽은 후에 나이를 먹는 귀신도 좀 그렇고, 한 열 살 쯤 많은 여자와의 사랑은 또 뭐야? 왜 정상적인 연상연하 커플에 집착하는 것인지... 역시 나는 보수적인 측면이 강한 모양이다.

이제 다음은 『위험한 관계』를 정복해야 하는 것일까?

2012.4.26.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또 하나 만나본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