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잠 재의 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0

기리노 나쓰오 지음

비채

 하드보일드의 여류 작가인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시리즈'는 『얼굴에 흩날리는 비』로 화려하게 출발하여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과 『다크』로 이어지며 다양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각인시켰는데, 그 중에서도 '무라젠'은 무라노 겐조를 가리키며  단연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제 『다크』를 찾아 읽기만 하면 될 듯~
이 책, 『물의 잠 재의 꿈』은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과 긍정의 에너지가 도시 전체를 휘감은 196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미로의 아버지 무라노 젠조, 통칭 '무라젠'의 청년시절 활약상을 담고있다. 작가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 '특종꾼(기자와 뭐가 다른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절의 무라젠의 모습을 통해 "시대의 가능성과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의 열정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순간순간, 아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영화 <그림자 살인>과 넬레 노이하우스의 『사악한 늑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뭐,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책을 다 읽고난 후에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미로 시리즈'의 번외편 격인 『물의 잠 재의 꿈』은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과 긍정의 에너지가 도시 전체를 휘감은 196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미로의 아버지 무라노 젠조, 통칭 은 쇼와 끝무렵 낭만이 머물던 일본의 정취를 생생하게 재현하며 미로의 친부모인 고토 노부로와 오타케 사나에의 이야기, 무라노 젠조가 사생아인 미로의 의붓아버지가 되는 사연, 무라젠이 신주쿠에 탐정사무로를 내게 되는 계기 등, 시리즈 전체를 읽어내는 열쇠를 구석구석에서 풀어놓는다.
1963년 9월, 도쿄 올림픽을 한 해 앞두고 한껏 들떠 있는 격동의 도쿄. 변사체로 발견된 여고생 나카시마 요시코와 사토 다키코, 연쇄폭파를 일으키는 소카 지로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협박문으로 사회는 뒤숭숭하기만 하다. 미래에 대한 확고한 기대감으로 충만한 도시에 불편한 진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러나 오히려 각성제와 수면제로 인형놀이를 일삼는 파렴치범과 폭파사건을 일으키는 범죄가 혼란스럽게 오버랩되어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종전문기자 무라젠만이 현실을 질주하며 범죄의 실체에 제대로 다가서게 되는 것 같다. 전후 대표적인 미해결사건으로 일본 범죄사에 오명을 남긴 '소카 지로 사건'을 모티프로 청년 무라젠의 신화가 펼쳐진다.

유명한 작가 사카이데 기미히코의 아들인 디자이너 사카이데 도시히코 부자와 술주정과 근친상간 등 지저분한 가정폭력을 일삼는 사토 기하치와 히토시 부자의 악행이 얽히면서 혼미한 상황이 연출된다. 어느 사회에서나 범죄는 저질러지고, 악행은 일어나겠지만, 유독 일본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이런 지저분한 이야기들은 눈쌀을 찌푸리기에 충분한 것 같아서 씁쓸하기까지 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약물 복용과 매춘이 만연한 가운데, 홀로 정도를 지키려 하는 무라노 젠조와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를 만날 수 있다.

2016.3.14.(월)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