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창해

히가시노 게이고가 '뇌이식 수술'을 소재로 쓴 소설이다. 부동산 중개소에 갔다가 강도가 쏜 총에 머리를 맞은 후, 타인의 뇌를 이식받은 20대 청년인 나루세 준이치가 겪게되는 색다르고 특이한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 심도있게 그렸다. 이 이야기는 주인공 나루세 준이치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주인공의 뇌수술을 관장하고 그 이후의 상태를 관찰하는 도겐 박사의 연구 기록과 형사 구라타 겐조의 메모, 나루세 준이치의 애인인 하무라 메구미의 일기나 메모를 번갈아가며 배치해서 이채롭다. 도겐 박사의 조수인 다치바나 나오코에게 연정을 느끼고, 사람을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지는 망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혹시 뇌가 바뀐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느낌이 들기는 했다.

참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영역은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접근하지 않은 분야는 어디일까? 그의 끝없는 변신이 놀랍기만 하다. 아직도 그 창작욕은 끝나지 않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나루세 준이치는 산업기기 제조업체의 서비스 공장에서 거래처의 불만에 대처하거나 고장난 기계를 수리하는 것이 주된 일이다. 상사의 말이라면 뭐든지 '네네'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마는 다소 마음 약하고 소심한 청년이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치않게 부동산에 침입한 강도로부터 한 소녀를 구하려다 머리에 총을 맞고, 세계 최초로 성인 뇌이식 수술을 받게 된다.
화가를 꿈꾸며 한 여인, 하무라 메구미를 사랑하던 소심한 나루세 준이치는, 수술 이후에 스스로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이고 폭력적으로 성격이 변해간다. 그토록 좋아하던 그림에 더이상 관심을 갖지 않고, 조잡스러운 그림을 그려놓으려 점차 그림에 흥미를 잃어가고, 주녑의 모든 사람들의 문제점을 지적해가면서 그들에게 격심한 적의를 품게 된다. 또한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강하고 심각한 분노를 표출하게 되며 자주 치명적인 살인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결국에는 자기 붕괴의 공포에 몰리게 된 행해진 뇌이식 수술의 도너(공여자)에 의심을 품게되고, 나루세 준이치는 도겐 박사가 알려준대로, 자신에게 이식된 뇌의 주인인 '세키아 도키오'라는 청년의 집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룩 세키아 도키오보다는 그날 사건의 범행 강도인 '교고쿠 순스케'의 뇌를 공여받은 것 같은 의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더군다나 하드코어적인 장면이라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치닫는 결말 부분은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이는 일본 성향 자체를 과히 산뜻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나 할까? 아무튼 좀 그렇다. 개운하지 않은 결말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심도있는 토론을 벌여야할 만큼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뇌이식' 같은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2013.11.16. 히가시노 게이고의 색다른 변신에 빠져본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