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추구2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 공경희 옮김

밝은세상

중학생 딸아이와 더글라스 케네디를 이야기를 하면서, 이 작가가 반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더글라스 케네디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만큼 자신경험과 생각을 많이 담고 있는 듯 하다. 이 책, 2편을 을 읽는 내내, 케이티가 새러의 딸인지 아닌지에 골몰한 듯 하다. 새러가 잭 말론과 결별하고 또다시 메인주로 잠적했을 때, 임신이 어렵다고 생각해온 새러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임신이 되었을 때, 아! 이 아기가 케이티인 모양이구나~ 하고 흥분했고, 또, 그 아기가 유산되고 말았을 때, 역시 아니었구나! 하는 탄식을...... 결국 나는 케이티가 새러의 딸이기를 너무나 절실하게 바라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뒤늦게 깨달은 사실. 최악의 시어머니인 조지의 어머니, 그레이 부인은 참으로 악독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 모든 사람을 손아귀에 틀어쥐어야 한다는 착각 속에 빠진 사람. 어찌보면 참으로 불쌍한 사람이지만, 참으로 미운 사람이라는 생각.

이 소설을 끌어가는 축이 사랑이 아니라 배신이라는 옮긴이의 생각에 공감한다. 하룻밤 풋사랑에 아기가 생겨 사랑하는 여자에게로 달려갈 수 없었던 잭(운명의 배신), 역사의 광풍에 휩쓸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아야 했던 에릭(역사의 배신),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에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비극을 겪어야 했던 새러(사랑의 배신) 등......

이 인물들 중에서 새러의 입장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새러는 잭 말론을 용서할 수 없었을까?에 대해서. 결코 용서할 수 없었으리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이 얼마나 잔인한 운명인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내 혈육, 너무나 사랑하는 오빠를 밀고한 원수(?)가 내 연인이라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말도 안된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1950년대, 혼란기의 대한민국에는 이런 상황이 너무나 많았으리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6.25 전쟁, 이런 혼란기 속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상황이 너무나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었을테니까. 사랑을 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사랑을 용서하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 수는 더욱더 있을 수 없는 일. 잭 말론이 에릭 스마이스의 이름을 내뱉는 그 순간부터, 이들의 비극적인 사랑은 이미 예고된 것이 아니었을까?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처럼. 잭 말론은 그 누구보다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도로시의 임신을 알았을 때, 결혼이 아니고 사랑하는 새러를 찾아 돌아왔어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첫 단추를 잘못 꿴 실례를 절실하게 깨우치게 된 것은 아닐까?

2012.6.16.(토) 작가의 세계에 빠져든 두뽀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