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이가 4·3사건이 무어냐고 묻더라구요.

아직 역사에 대해 깊게 배우지는 않고 있지만,

달력에 담겨 있는 역사와 사건 정도는 알고 있어야 겠구나 생각했죠.  

특히 저희는 제주도에 살고 있기 때문에

4·3사건에 대해서는 더욱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이와 함께 《한라산의 눈물》을 읽어 보았습니다.

 눈덮힌 한라산을 바라보며 서 있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제목 때문인지 더욱 쓸쓸하게 느껴지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책의 작가분 이름이 낯익더라구요.

아이와 함께 이규희 작가님의 책 《왕비의 붉은 치마》를 인상 깊게 봤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기 전부터 내용에 대한 기대가 컸답니다.

 대여섯 살 된 한 아이가 기마경찰이 탄 말발굽에 치어 쓰러졌지만

사과도 없이 오히려 성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아 댄 경찰들.

사람들은 경찰과 미군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 한다며 파업을 하고

한라산에 봉홧불을 올리는 걸 신호로 일본군이 버리고 간 무기를 들고

지서를 습격해 경찰들을 죽이게 되죠.

 5월 10일 남한 단독 선거를 반대하던 무장대와

그들을 잡아들이려는 토벌대 때문에 사람들은 동굴로 피신을 가고

토벌대는 중산간에 위치한 마을 전체를 불태웁니다.

군경 가족만 빼고는 마을 사람들이 무장대와 한편인 빨갱이라는

억지 주장으로 목숨을 잃은 마을 사람들....

운좋게 살아 남은 미루와 친구들은 살던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와 땅에 묻어 두었던 씨앗과 함께

새로운 삶을 준비하며 내용이 끝이 나게 됩니다.

 자신의 꿈이 선장이지만 지금이 너무 무섭고 힘들어

꿈 따윈 다 잊어버렸다고 말하는 미루의 모습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꽃님이와 정답게 살던 집,

받아쓰기를 하고 구구단을 외우고 그림을 그리고, 설이나 추석이면

온 식구들이 맛있는 음식을 해 먹고, 꽃을 좋아하는 어머니가 울담 밑에 봉선화며

채송화, 분꽃을 피우게 했던 집이 활활 타고 있었다. -p.157 

이처럼 가족과의 추억이 많은 집인데, 자신들의 마을이 타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토벌대를 피해 동굴에 숨어 답답함과 배고픔을 느끼며 우는 딸을 위해

자장가를 불러주던 어머니의 모습,  끝까지 몸으로 아이를 지키며

자신을 희생한 어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네요.....

그밖에도 문어를 뜻하는 물꾸럭, 바다를 뜻하는 바당, 감자를 뜻하는 지슬 등

제주도 사투리를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봄이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난 진달래오름,

토벌대가 불을 지르는 통에 모두 연기에 질식해 죽었다는

세화리 다랑쉬굴에 대한 이야기도 읽어볼 수 있었구요.

이런 면에서, 제주도에 대해서도 많이 알아볼 수 있는 책인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4·3사건에 대해 많은 걸 배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