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표백』은 참으로 오랜 시간을 들여 읽어왔다. 심오한 책을 읽게 되면 쉽게 글을 읽지 못하고 넘어가지 않는 삶은 달걀을 몇 개씩 입에 넣고 꾸역꾸역 삼키듯이 읽어간다. 이 도중에 다른 책은 손에도 가지 않는다. 한꺼번에 두 세권씩 읽는 나인데도 말이다. 이것은 오래된 나의 습관이다. 심오한 책을 읽을 때면 활자 슬럼프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린다. 책은 눈에도 보기 싫어진다. 장강명 작가의 『표백』은 이렇게 나에게 활자 슬럼프를 안겨왔다.

 

얼마 전까지 이 시대의 청년들은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열광했다. 지금은 공지영씨의 『도가니』때문에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곧 원상복귀 할 듯하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청년들을 향해 신학적으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면 장강명 작가의 『표백』은 청년들을 향해 신학적으로 공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치열한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서 치열하게 공부하여 치열하게 취업을 준비하고, 치열하게 기업에 입사하면 또 치열하게 살아서 좋은 가정을 이루어야 하고, 자녀들 낳아 또 치열하게 양육해야 하는 이 시대의 청춘들. 그들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청춘이라는 말보다는 이제는 치열이라는 말이 더 울리는 것이 지금 이 시대이다.

 

이렇게 암울하고 미래를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답이 나오지 않으며 기성세대에 속하지 못하고 그들의 의해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며 그들의 색깔에 맞춰 살아가는 세대를 장강명 작가는 표백세대라고 말한다. 좀 더 쉽게 말하면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그 곳에 새로운 것을 만들지 못하고 그들보다 앞서 가기는 커녕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을 얻기 위해 그 곳에 그저 포함 된다는 말이다. 까라면 까야하는 것이 바로 표백 세대이다.

 

이 시대를 향해 고발하고 도발하며 파격적인 방법으로 청년들이 대응하는 유일한 수단은 바로 자살 밖에 없었을까? 장강명 작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소설 속으로 가지고 왔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사람들이 대게 자살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이다. 삶이 고달프고, 더 이상 살아가야 할 목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강명 작가가 말하는 자살은 다르다. 초라해 졌을 때 자살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았을 때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으며 안정된 직장과 어둠에서 빛이 시작되는 그 시점에 이르렀을 때 자살을 한다는 것이다.

 

기득권을 가진고 살아가고 있는 그들과 이 시대에게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년들이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자살로서 그들과 이 시대를 향해 최후의 수단이 자살이라는 수단을 선택해 소리 없이 외치는 청년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오랫동안 고민하였지만 답은 찾지 못하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암울해지는 내 모습이 낯설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 하고도

십일 년이 지난 시월의 열일곱 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