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나 이 여자는 도대체 직업이 무엇인가? 전직 아나운서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여행 작가라고 말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소설가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잘 다니던 KBS를 뒤로하고 유학을 가더니만 그 뒤로 여행 작가로 변신!! 그리고 이제는 소설가로 변신했다. 손미나 이 세 글자는 20대, 30대 여성들의 로망이라고 이야기한다. 무엇인가 안주하려 할 때 새롭게 도전하고 새롭게 완성해 나가는 그녀의 삶이 참으로 매력적이기 보다는 손미나의 삶을 통해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을 그녀가 대신해주고 있으니 거기에 대한 카타르시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단하다.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에서 나오는 미모자는 꽃이다. 정확한 꽃 이름은 '미모사'이다. 미모자 꽃의 꽃말은 감수성이 예민한 사랑과 부끄러움이라고 한다. 예민한 사랑..... 그리고 부끄러움.... 미모자꽃의 특징이 손으로 만지면 움클어 든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이 그렇게 정해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작가 손미나가 많고 많은 꽃 중에 하필이연 왜 미조자를 선택했는지는 그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도 아래로 끄덕끄덕 거려진다.

 

테오와 장미가 서로 번거라가며 회유하듯이 이어지는 책의 구성은이 책의 하나의 특징이다. 손미나씨는 여행 작가답게 프랑스의 파리에 와 있는 듯한 표현력으로 글을 전개해 나간다. 너무 그 표현을 하려다 보니 굳이 하지 않아도 이야기들도 있었음은 사실이다. 나중에는 그러한 표현들 때문에 글의 집중력을 흩틀어 놓기도 한다.

 

장미는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작가이다. 하지만 대필 작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K그룹 최회장의 딸인 최정희의 자서전을 쓰는 조건으로 자신의 소설을 출판할 수 있는 제안을 받는다. 최정희는 불의 사고로 죽은 사람이다. 자료도 많지 않다. 장미가 알고 있는 것은 최정희는 테오라는 사람과 사랑했다는 것이다. 최정희의 얼마 되지 않는 자료를 가지고 그녀의 나머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장미는 파리로 향한다. 그 파리에서 최정희의 자료가 담겨져 있는 가방이 다른 사람의 가방과 바뀌어 버린다. 그 가방을 찾아 나선 장미는 그 가방의 주인인 로베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강물이 창조질서대로 흘러가듯이 흘러가면 좋으려만 순탄치 만은 않다.

 

장미와 로베르의 사랑, 그리고 테오와 레아의 사랑이야기. 미모자꽃의 특징처럼 이 두 쌍의 커플들의 사랑은 만지면 만질 수록 웅클어 들어간다. 보고 있노라면 아파해서 웅클어 드는 것 같아 다가갈 수 없고, 너무 달콤해서 그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그래서 만지면 웅클어 들까봐 다가갈 수가 없다. 그래서 이들의 사랑이 참 행복해 보이고, 참으로 사랑스러워 보인다.

 

장미와 로베르, 그리고 테오와 레아는 말 없이도 사랑과 꿈을 이야기하는 한 편의 시, 탱고처럼 운명적인 사랑의 주인공들은 이미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걷고 있다. 네 개의 다리로, 그리고 두개의 가슴을 마주 기대다. 하나의 영혼이 된 것 처럼 말이다. 모든 이에게 이 같은 사랑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하고도

십일 년이 지난 십일월의 세 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