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람을 만날 때면 우리는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를 한다. 나는 누구이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에어포트 피크닉』에선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 색다르다. 그들은 나는 어느 나라에서 왔으며, 어느 나라로 갈 것이다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2010년 4월 14일 아이슬란드 화산이 폭발하였고, 화산재 기둥은 아이슬란드 제트기류를 타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화산재가 비행기의 엔지에 들어가게 되면 고장을 일으키므로 전 세계적으로 유럽행 비행기는 결항 상태에 접어들게 된다.2010년 4월 15일 대한민국 인천국제공항에서 본격적으로 유럽행 항공기 지연 사태가 발생했고,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예약해둔, 혹은 환승을 기다리던 외국인 수백 명은 운항재개소식을 기다리며 인천공항에 짐을 풀었다. 그렇게 이 사람들은 인천공항에 울타리를 치고 함께했다.

 

사람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도. 인생은 결코 혼자 해쳐 나갈 수 없는 거대한 숲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러나 자신은 황량한 벌판에 세워진 한 그루의 메마른 나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느끼는 그 공호와 슬픔의 늪은 얼마나 깊은가.

p. 203

 

그렇다, 사람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말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 수 없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를 등에 업고 함께 한 공간에 울타리를 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공항 말고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지 말이다.

 

화산재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하고, 며칠 동안 함께 했던 사람들은 달콤하고 맛있었던 공항에서의 피크닉을 뒤로하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그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 이들 가운데는 평생 두 번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은 간직한 채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에어포트 피크닉』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심리적 변화와 공황에서의 상황들은 마치 작가가 카메라를 들고 인터뷰를 한 듯이 뚜렷하다. 그리고 여기에 설렘까지 첨가되어 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작가가 인생 속의 삶을 내공 깊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인물 구성이 아쉬운 건 옥에 티일 수도 있겠다. 

 

공항이란 곧 떠나고 돌아오는 곳, 일상을 함축적으로 담은 캔버스다. 특수한 공간에서도 계속되는 보편적인 삶. 사람들은 그 보편적인 삶을 무기로 하루하루 외로움과 맞서 싸우고 있다. 이것은 고요한 일상이자 치열한 전투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다.

P.316

 

일상지자, 전투지인 공항에서의 진짜 이야기 『에어포트 피크닉』에 당신들을 초대합니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하고도

십일 년이 지난 구월의 스물여섯 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