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사람이 되는게 무슨 뜻이냐고 편지 배달해주는 집배원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바르게 사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 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다. 쓰레기장에서 바르게 사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사람들이 돈 주고 물건을 마음 내키는 대로 사다가 쓰고 버린 것처럼 자기네도 다이상 쓸 데가 없어져서 이곳에 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p.147

 

우리는 끊임 없이 버리고, 또 버리고, 또 버린다. 처음에는 항상 필요에 의해 쓰다가 그것이 필요의 순응하지 못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받는다. 그것이 하나의 물건일 수도 있고, 그것이 사람과의 관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 딱부리와 그의 어머니는 선택받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옷을 구해 입고,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 찾아 먹으며,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구한 골자로 집을 짓고,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페품을 골라 생계를 유지하며 세상에서 버려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선택 받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한 온갖 쓰레기 더미들에게 새로운 생기를 불어 넣으며 살아간다.

 

그렇다. 이곳은 우리나라에 존재했었던 거대한 쓰레기산이였던 난지도 이야기이다. 『낯익은 세상』에서 난지도는 꽃섬이라고 표현된다. 그렇다면 책 제목이 하필이면 낯익은 세상일까? 낯설은 세상이라고 표현 되어야 하지 않을까? 난지도에 사는 그들은 평범한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말이 꽃섬이지 꽃은 절대 찾아볼 수 그 곳에서 남다른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작가 황석영씨는 그들의 삶을 통해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추어 내길 바랬던 것 같다. 겉 모습만 번지르 하지만 속은 꽃섬의 쓰레기 보다도 못하는 삶 말이다. 그래서 황석영씨는 낯익은 세상이라고 말하려 했던 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어떠한 삶이든 그 삶을 통하여 만족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꽃섬의 사람들. 조금이라도 시시해지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필요가 없어지면 냉큼 버려 버리고 꽃섬의 사람들또한 하나의 쓰레기로 치부해 버리는 도시의 사람들. 이들의 확연히 다른 삶을 통해 우리가 생각해야 될 것은 무엇일까?

 

끊임없이 문명은 바뀐다. 눈 깜짝할 사이에 놀라운 것들이 생겨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그 문명의 바뀜이 결코 더 나은 삶을 바래서 만든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의 의해 지금도 문명이 바뀌어감을 말이다. 그 욕심이 우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가락 몇개로 해결하는 바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바보짓 때문에 죄없는 것들이 마구마구 버려진다는 것이다. 충분히 더 사용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필요없으면 생각없이 버리는 낯익은 세상이 더 이상은 낯익은 세상이 아니라 그 세상이 낯선 세상이 되는 그 날을 꿈꿔본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하고도

십일년이 지난 팔월의 스물 세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