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라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분이 누군인지는 한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해인 수녀를 보고 소녀라는 말을 쓴다. 수녀님의 나이는 올해 67세인데도 말이다.

 

누군가가 이해인 수녀님을 어떤 사람인 것 같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김없이 이해인 수녀님을 소통의 대명사라고 부르고 싶다. 종교를 떠나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의 소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탄이 절로 흘러 나온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은 총 6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1장과 2장은 수녀님의 일상을 이야기 한 것이라면 3장 부터 5장 까지 종교의 색체가 뚜렷한 글들이다. 6장은 이별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6장이라 생각한다.

 

6장의 제목은 "그리움은 꽃이 되어"이다. 나는 이 제목의 소제목을 다시 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 다운 이별 이야기" 라고 말이다. 참 아름답다. 수녀님이 사랑한 사람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그 사람들을 그리워 하다 꽃이 되어 돌아온 그들을 위한 글. 6장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의 대서사시이다.

 

"우리가 타인의 한 숨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될 때, 타인의 수고로움에 작은 연대를 할 때, 그럴 때 새상은 정말로 아람드워지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 공선옥의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의 일절을 묵상해 본다. 2010.2.27

 -P.119-

 

그렇다. 이해인 수녀님은 자신의 고백처럼 타인의 한 숨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아가고 계신다. 한 사람 한 사람 만날 때마다 그들의 수고로움에 작을 연대를 하며 살아 가고 계신다. 이것이 특별해 보이지 말아야 하는데, 수녀님의 이러한 모습들이 특별해 보인다. 인간이라면 마땅히 해야할 일인데도 말이다.

 

수녀님의 일상이 이렇게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 수녀님의 글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우리가 수녀님처럼 타인을 위해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글과 일치하며 살아가는 이해인 수녀님이야 말로 진정한 종교인이다.

 

꽃이 지고 나면 다시 피어날 꽃을 위해 잎이 보이듯이 지금은 날마다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하는 그 분의 음성을 귀 기울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음성에 마땅히 순복해야 할 때이다. 이것이 이해인 수녀님이 살아가고 있는 방식이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하고도

십일년이 지난 팔월의 여덟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