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죽음 앞에서 목숨을 버려가며 지키는 우정만이 우정은 아닐 것이다. 함께하는 동안, 또는 불현듯 생각는 순간 이해타산이나 선입견 없이 기쁘고 그리워할 수 있으면 그것이 바로 우정 아닐텐가. 친구라는 이름이 너무도 흔해빠진 세상이다. 하긴, 초속으로 내달리는 세상이니 만나는 사람도 그만큼 많아지고, 서로 긴 호흡으로 지켜볼 시간이 없으니 향긋한 술잔을 나무며 바쁘게 흉금을 터놓을 뿐이다. 아무래도 부끄러운 것은 채 기억에서 끄집에 낼 틈이 없거나 감출 수밖에 없고, 수간의 감정을 과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연 그에게 내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절반쯤은, 아니 작은 하나라도 먹전 내놓을 마음으로 시작한 것인지는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원윈'이라는 흔한 말로 서로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 중의 약속은 작은 손에는 커녕 내게 이익이 없다는 것만으로 벌써 시들해지지 않던가.

p.144~p.145

 

작가 김정현. 그는 누구인가? 단 한권의 책으로 셀러디 작가 된 김정현이다. 그 한권의 책은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누구든지 한번이라도 들었을 그 유명한 책 『아버지』이다. 작가의 전작들을 보면 이 소설의 느낌을 예상하는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전작들의 특징이 가족을 다루었다면 이번 『36.5도』는 우정을 다루었다.

서평의 시작 글은 P.144에 주인공 인하가 대식을 향한 자기 말의 일부이다. 인하의 말 대로 현시대는 겉으로는 친구가 많아졌지만 진정한 우정의 나눔은 사라진 현 시대에 우정이란 무엇인지 친구라면 어떠한 행동을 해야하는지를 고발하는 내용이다. 그렇다. 현 시대의 우정은 우정이 아니다. 그저 나와 나이가 같으면 그냥 친구고 우정이다. 우정이라는 말보단 관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어린 시절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하게 부자집에서 태어나 부족함 없이 자라서인지 욕심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그것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인하. 인하와는 정반대로 부유한 인하의 집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나 가난의 삶을 살아갔지만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성공을 일구어낸 수혁. 중국집을 운영하며 말보다는 주먹이 먼서 앞서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을 믿고 지키는 우직한 성품의 대식.

 

이 세 친구의 우정!! 물과 기름과 같았던 인하와 수혁 가운데 위치한 대식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감동이고 또 감동이다. 대식이 있었기 때문에 인하와 수혁은 진정한 우정을 찾아갈 수 있었다. 대식이 없었다면 이들은 진정한 우정이 아닌 같은 고향에서 학교를 다녔고, 나이가 같기 때문에 이들은 그저 흔해빠진 우정으로 남았을 것이다.하지만 대식 때문에 이들은 친구이고 또 친구가 되었다.

 

당신은 어떠한 친구가 되길 원합니까?

 

흔해 빠진 친구를 원합니까? 그럼 흔해 빠지면 됩니다. 아니면 우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우정을 만들어 가고 싶습니까? 후자라면 『36.5도』이 책이 당신들에게 해답을 줄 것입니다.

 

주님 태어나신지 이천년하고도

칠월의 열다섯번째 날

By 성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