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순종, 과거와 미래가 잘 짜여진 결고은 천조각을 만난 느낌이다.

인생 막장에 다다른 세 명의 남자는 부자이고 잘 나가는 여자의 별장을 털기로 한다.

하필이면 그 때 들어닥친 주인여자를 결박하고 집안에서 훔친 물건을 들고 나가던 중

여자의 차안에서 가방을 발견하고 냉큼 훔쳐서 도망가는데...

훔친 낡은차가 고장나고 할 수없이 걸어서 도망치던 중 낡은 잡화점앞에 이르게 된다.

날이 밝기 직전까지 잠시 머무르기 위해 들어갔던 잡화점에안은 현재와 다른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편지를 통해 알게된다.

'나미야 잡화점'은  32년전 나미야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나미야씨가 우연히 시작한 상담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오가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시작된 상담은 나미야씨의 진실된 답변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미야씨가 죽기전 아들에게 서른 세번 째 제사를 치르고 반드시 나미야 잡화점에서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상담을 받은 후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려달라는 광고를 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소문을 듣고 과거에 나미야 잡화점을 찾아와 상담했던 사람들의 편지가 도착하는데..

 

누구나 한번쯤은 인생의 벽을 마주치게 된다.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혹은 판단은 잘못되지 않았는지

간절하게 묻고 싶은 때가 있다. 더구나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진실한 답변을 들을 수만 있다면 한번쯤 매달려

보고 싶어진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상담을 시작한 나미야씨는 자신이 아는 한 가장 최선의 답변을 내놓음으로써

기로에 서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에 대해 따끔한 질책도 서슴치 않지만 달콤해보이는

길에 놓인 함정을 지나칠 수는 없는 법.

 

시한부 애인의 간병과 올림픽출전을 앞둔 훈련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유부남의 아이를 임신했는데 이미 떠나버린 남자의 아이를 낳아야 할 것인가.

힘들게 취직한 직장에서는 커피나 타고 카피나 하는 보람없는 일을 하는데 우연히 시작한 호스티스일이 벌이가

더 좋은데 차라리 회사를 그만두고 호스티스일을 하는게 낫지 않을까.

 

나미야씨에게 보낸 사연은 하나같이 절실하기만 하다.

세월이 흘러 죽음을 앞둔 나미야씨는 과연 자신의 상담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진다.

나역시 그 순간 자신있게 최선을 다한 답변이 그들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미야씨가 죽고 난 후 32년만에 단 하루 타임머신이 되어 과거의 상담자들을 만나게 된다.

하필이면 우연히 도둑질을 하고 피난 온 세 남자들과 말이다.

설정이 참으로 재미있다. 남은 커녕 자신의 삶도 추스리지 못하는 얼뜨기 남자들이 상담을 해준다니.

더구나 자신들의 냉정하고 포장되지 않은 답변이 의외로 호응을 받게되고 심지어 호스티스로 전향하겠다는

여자에게는 자신들의 핸드폰검색을 통해 미래의 일까지 넌즈시 알려주어 결국 그녀는 부자가 된다.

그 후 그녀의 별장을 털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긴 했지만.

더구나 얼뜨기 세 남자와 부자여인은 한 복지시설에서 같이 자란 사이였다.

복지원을 설립한 후 먼저 세상을 떠난 원장과 나미야씨의 과거인연이 밝혀지고 어쩌면 죽은 원장은 문을 닫을

위기에 놓인 복지원을 부자여인을 통해 구해내기 위해 나미야씨의 잡화점을 기적의 장소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다작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간혹 태작의 우려를 의심받는다고 한다.

그의 특기인 스릴러나 미스터리추리물이 아니면서도 이렇게 깔끔한 어른동화가 탄생할 수 있다니 전혀 의심할

이유가 없다. 부러운 재능에 잠시 배가 아플 뿐이다.

역자역시 책을 받은 후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했다고 하듯이 나 역시 깊은 밤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2013년 이틀을 남겨놓고 연말의 아쉬움을 달래준 수작이었다.

현대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