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서 '갯것'이라함은 갯가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말한다.
일반사람들에게는 갯가에 널려있는 해초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이 금지되어있다.
어촌계에 허락을 맡거나 채취권을 획득한 주민들만이 채취가 가능하다.
그러나 인심좋은 섬 사람들이 그렇게 모질지는 않아서 자신들이 먹을 것 정도는 눈감아 주고 있다.
주로 채취하는 것은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미역이나 파래같은 각종 해조류에 갯바위에 붙어있는
거북손, 소라나 고동종류등이 있다.
이 곳 어르신들은 곧 잘 '거문도에서 부지런하면 굶어죽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신다.
그 만큼 먹을거리가 많다는 뜻이지만 갯바위가 미끄러워서 넘어지는 일이 많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물이 빠져나가는 7물부터 10물까지가 '갯것'하기에 적기라고 한다.
1박2일에 나왔던 거문도 등대로 넘어가는 길목으로 갯것을 하기로 했다.
물론 갯것 초보인 나는 친구의 안내가 없다면 어림없는 체험이다.
이렇게 물이 빠져나간 바위틈에는 홍합이나 거북손, 따개비같은 어패류가 숨어있다.
끝이 뾰족한 끌이나 호미를 이용하여 뿌리까지 깊히 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초보인 나는 기껏 살이 별로 없는 머리부분만 잔뜩 따서 정작 달콤한 속살은 제대로 따질 못했다.
불과 1시간만에 이렇게 잔뜩 캐긴 했다. 자웅동체인 거북손은 청정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어패류이다.
정말 거북이 손을 닮은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제대로 갯것도 하지 못하면서 답답하다고 장갑을 벗은 탓에 이렇게 손이 쩍쩍 갈라졌다. 어패류의 날카로운 면을
조심했어야 했다.
고스톱을 치면 초보가 고수를 이긴다더니 초보가 이렇게 홍합까지 획득했다.
우연히 바위틈에 숨어있는 홍합을 발견한 내가 소리를 지르자 친구가 한소리한다.
"어찌 그게 눈에 보였대. 멍청한 홍합이로구만."
에잉 나한테 잡히면 저질 홍합이라구? 속안이 꽉 찬게 실하더구먼.
바닷물이 빠져나간 바위틈에 이렇게 기묘한 아름다움이 숨어있었다.
수천년의 씻김이 탄생시킨 단단한 바위속에 S라인 곡선의 나신이라니..
그 바위가 이뻐~~아주 이뻐~~아주 섹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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