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나 그림처럼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할 때 보면 늘 어떤 동기가 부여된다.

그것은 주로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작용이기도 한데, 심상(心想)이라는 말이 있듯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는 예술 활동에 있어 가장 큰 재료 역할을 한다.

흔히 창조와 창작에는 항상 고통이 따른다고,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마음 안에서 다투는 여러 감정들이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내부에서 해결되도록 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세상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다만 자신의 마음 속 상처로 남기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통인 것이다.

고로 그림 한 폭과 책 한 권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생긴 곱게 여문 흉터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저러한 자신의 자유의지도 억압 없이는 생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억압되어 있는 것이 꿈속에서는 자유롭게 표출되는 것처럼 어떠한 작품에서든 그것은 저러한 꿈의 작용과도 같이 표현된다.

인간이 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생기게 되는 된다, 안 된다 식의 기준이 자유와 억압이냐의 선택적 기준이 되고 그 괴리감이 예술의 토대를 이루는 것이다.

된다고 하는 사람은 죽어도 되고, 안 된다는 사람은 죽어도 안 된다는 어떤 사실적 표현이 각자의 꿈과 예술의 세계에선 그들의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나타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사회적 억압이나 자유가 예술 세계에서 얼마나 한계적인 도구로 쓰이는지를 알게 한다.

왜냐하면 자유와 억압 모두 계속 바람이 들어가면 결국 터지고 마는 풍선과도 같기 때문이다. 자유의 바람이 들어갈 때는 자제능력을 요구하고 억압의 바람이 계속 들어갈 때는 자유를 요구하며 각각 터지기 직전까지 고민토록 하는 풍선인 것이다.

이 소설에는 저러한 자유와 억압이 공존한다.

사회로부터 억압 받던 작가가 글로서 악마가 자유로이 펼치는 현실혼란의 마법세계를 무대에 올리는 방식으로.

이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자신 안의 창조적인 세계와 그것을 받아주지 않는 실제 세계가 절대 타협 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런 이유로 많은 소설과 작품들이 그러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이 작품도 독특한 이야기와 구성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