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넘기고 50대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40대는 가장 힘든 시기였다는 추억만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힘든 40대를 보내고 벌써 50줄을 한참 지나고 있으니 말이다.

남자 나이 40대면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에 이르게 되지만 그와 더불어 상사의 눈치와 밀고 올라오는  후배들에 치이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가정에서 가장으로의 권위를 세울 수도 없는 이른바 낀세대가 되는 것이다.

자녀들은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다니게 되고(빨리 결혼한 사람은 대학까지 졸업도 시키지만, 그래도 둘째이후는 40대 후반을 넘어 50에 접어들어도 학교에 다닐 수도 있지만), 행복하게 출발했던 결혼생활이 위기를 맞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모두 '나는 할만큼 다 했다.'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눈치보며 근무하고 오직 가족만을 위해 희생하고 돈버는 기계가 되어서 살아왔다고 하소연 할 것이다.

그런데 가정주부인 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을 다른 사람들과 항상 비교하면서 살게 될 수 밖에 없다. 친구 남편 누구누구는 승진도 빠르고 연봉도 높다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은근히 기가 죽고 그 분풀이는 남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40대를 훌쩍 넘어 50대중반이지만 옛날 40대에 책과 담을 쌓고 복잡한 서울에서 지내온 세월을 다시한번 뒤돌아보고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찌보면 잃어버린 40대를 그리워하는 애닯은 마음 때문이라고 할까? 나만이 힘든 40대를 보낸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이제 마흔줄에 접어든 이시대의 가장들의 애환을 함께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나는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갈 즈음 복잡한 서울을 버리고 지방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지방에서 자리를 잡자마자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도 친구나 동창들이 많이 살고 있지만 몇명을 제외하고는 연락도 없이 지냈다. 아니 내가 철저히 친구들을 찾지 않았고 그렇기에 친구들도 내가 서울에 있는지 몰랐을 것이다. 그리고 쉰줄에 접어들면서 중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31년에서 34년이 지난뒤에 만났음에도 여전히 친구들은 반가웠고 친구들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너무 오랜동안 헤어져 있다가 만났기에 더 반가웠을 것이다. 그때 우리는 친구가 무엇을 하며 사는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마흔에 접어들면서 겪게되는 40대 가장들의 애환을 현실감있게 묘사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상사와의 문제, 40대에 직장을 그만두는 사연, 20여년이 지난뒤에 만나는 동창들의 모습, 아파트에 저당잡힌 불쌍한 인생 등이 책을 읽는 40대 이후의 독자들은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비관적인 사항이 많이 나열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흔의 아픔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해결책은 본인 스스로에게 남겨진 숙제라는 것이므로 독자들 스스로 남은 반평생을 재설계해야 되지 않을까?

이 시대를 아플 수도 없이 살아가는 40대를 보면 그저 마음만 아플 뿐이다. 이땅의 40대여 부디 힘내기 바란다.

마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