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하면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유명스타들을 몰래 몰래 찍어 사생활을 노출시키기 위해 온갖 위험과 고난을 무릎쓰고 비난도 감수해가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이들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드는것은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히 보호되어야할 사생활이 유명스타라는 이름으로 남들보다 더 도덕적이어야하고,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잣대로 지켜보도록 하지 않는지.

 

사진을 찍을땐 모두들 사진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약간은 어색한 미소를 띄우기도 한다.

이런 어색함이 난 싫다. 그래서 사진을 잘 안찍기도 하지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과 있으려면 폼도 안나는 모델이 되어야 할때도 있다. 그래서 난 스냅사진이 좋다. 언제 어떻게 찍혔는지도 모르는 다소 민망한 포즈가 될때도 있지만 그 자연스러움이 좋다.

 

청각장애인인 길도가 찍는 사진은 파파라치의 개념보다는 스냅사진 같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다.

항상 부모님께 의존을 하던 19살 청년 길도는 독립을 하기로 맘먹고 자신의 첫번째 직업을 파파라치로 정했다.

의뢰인들에게서 메일을 받고 그들이 원하는 사진을 찍어주는 것이다.

과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 이민가기전에 추억을 남기려고 하는 사람, 술만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사람이 되어버리는 사람등등.

의뢰하는 항목도 가지가지, 사연도 가지가지다.

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길도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의 사진에서 나오는 특별함을 의뢰인들은 좋아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요즘 난 화초사진을 많이 찍는다.

하루하루 정성을 들인 화초들이 꽃을 피울때면 너무나도 예쁘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을 보면 난 너무나도 좋지만 다른사람들은 잘 공감하지 못한다. 아마도 과정이 없기 때문일것이다.

길도가 의뢰를 받고 의뢰인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처럼 그 과정이 있어야 공감하는 사진, 감동적인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다소 동화같기도 하고 너무나 선한 잔잔한 이야기의 연속이라 확 끄는 힘은 부족하지만 세상사는 따뜻한 마음을 들여다 본 듯한 귀여운 파파라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