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여러번 나의 눈길을 끌었다.

열 일곱의 소녀와 칠십 노인의 할아버지의 사랑이야기.

열 일곱, 네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너를 사랑했다......

 

하지만 이런 수식문구들이 이 책을 읽게 하지는 않았다.

아무 선입견 없이 그들의 사랑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자신이 없었다.

읽고 나서 실망할것 같은 느낌도 많았다.

 

이야기는 미스테리, 추리소설처럼 시작된다.

유명한 시인이 작고한지 1년이 된 어느시점에 변호사는 시인이 남긴 노트를 열어본다.

그 노트는 시인이 죽으면서 1년뒤의 개봉을 부탁했고, 그렇게 과거로 흘러간다.

등장인물은 간단하다.

시인 이적요, 시인이 사랑한 한은교, 그리고 제자 서지우.

어찌보면 이 세사람의 삼각관계같기도 한 이야기는 시인의 충격적인 발언에 호기심을 잔뜩 일으킨다.

제자 서지우를 본인이 죽였다는 말.

 

서지우는 시인이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청강생으로 만났다.

시인의 매력에 빠져 공대생이였던 그는 문학의 세계에 몸을 담게 되나 열정만 있을뿐 재능은 없었다.

그러던 중 10년만에 시인과 재회를 한 후 그의 제자가 된다.

전략적으로 '시'만을 문단에 발표해 오던 시인은 자신의 소설을 제자의 이름으로 출간하게 되고,

의외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서지우는 스타작가가 된다.

이들 사이에 은교가 가정부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삐거덕거린다.

은교를 사랑하는 두 남자.

서로 사랑하는 두 남자 사이에 항상 소외되었다고 느낀 은교.

이들의 관계는 질투를 부르고 결국 사고를 위장한 살인까지 결심하게 된다.

 

이런 충격적인 내용이 담긴 시인의 노트와 서지우의 일기를 두고 공개여부를 고민하던 변호사는 은교의 부탁으로 시인의 노트를 넘기고, 은교는 그 모두를 불태운다.

 

연예를 하면서 동시에 지혜로워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 p.204

 

늙는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는것이 아니다.   - p.250

 

노인의 사랑은 추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꾸짖는 말이다.

나도 언젠가는 나이가 들지만 마음마저 늙는것은 아닐텐데 마음이 그렇게 열리지는 못했었다.

 

손녀같기도 하고, 친구같기도 하고, 누이나 엄마같기도 했던 은교를 사랑한 시인과

스승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그 방식을 좀 더 젊다는 것으로 표현한 제자 지우.

결국 은교를 향했던 사랑이 두 남자의 질투와 시기, 그리고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