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나를 끈 건 책 표지였다. 단순하게도 난 표지에 끌리는 편이다. 이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표지의 일러스트에 이 책을 ’알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분들도 한번 봐보세요. 같은 생각을 하게 될껄요?) ’혀’라는 제목 또한 특이했다.

이 책은 소설의 화자이며 주인공인 ’나’ 요리사 정지원, 그녀가 사랑했던 건축가 석주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스물일곱 살의 전직 모델 출신 ’이세연’의 삼각 관계를 주축으로 전개되어 가는 이야기다.

7년 동안 사랑했던 연인 지원과 석주는 석주의 일방적인 이별통보로 헤어지게 된다. 석주의 마음을 가져간 것은 지원의 쿠킹클래스를 다녔던 세연. 둘은 영원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랑이 그렇게 영원하다면 이 세상의 수많은 이별 이야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지원의 쿠킹클래스를 디자인해주고 직접 간판까지 달아줬던 그였지만 새로운 여자가 생기고 그녀를 떠난다. 그리고 ’나는 침묵하는 늙은 개와 단둘이 남겨졌다...’ (p. 102)

그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고 믿고 있는 지원, 아니 믿고 싶은 것이다.

’기다리는 전화는 언제나 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가슴이 쿵쿵 뛴다. 내가 궁금해서 전화했다고 해. 내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해. 그리고 한마디만 더 해. 이제 그만 돌아오겠다고. 돌아와도 되는지 알고 싶어서 전화했다고 해. 그럼 다 끝나. (p. 181)

그녀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그는 그녀에게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다. 그렇게 사랑은 끝났지만 그녀의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나, 갖고 싶은 게 하나 생겼어요. 그걸 세연씨가 줬으면 좋겠는데. 뭐 이제 와서 다 부질없는 소리지만, 세연씨도 나한테서 가져간 것들이 있잖아요. .... 다릴 왜 그렇게 벌벌 떨어요? 세연씨 다린 홍학처럼 언제 봐도 참 길고 잘빠졌는데.
(중략)
혀는 참 이상한 데가 있는 것 같아요. 완벽한 것 같으면서도 경망스러운 것 같고. 그러나 입에서 나오는 건 마음에서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한번 말했으면 지켜야 하는 거죠?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하는 거죠? 내가 세연씨한테 갖고 싶은 것도 바로 그거예요. 세연씨의 그 컴컴한 입속에 들어 있는 거, 그것.’ (p.274~275)

이 대목을 읽으면서 설마... 설마.. 했지만 마지막은 역시나였다. 책 제목이 ’혀’이기도 하니까.영화 301 302가 얼핏 생각나기도 했다. 영화 301 302 에서도 새로운 요리 재료로 사람을 쓰고 그것을 직접 요리하고 먹으면서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고 하나가 된다. 지원에게 있어 혀는 그녀가 세상과 만나는 소통창구이자 그와 하나가 될 수 있는 통로였다. 하지만 그 통로는 ’세연’으로 인해 막혀버렸고 지원은 그녀의 새로운 재료로 미식가인 그에게 마지막으로 최고의 요리를 선물한다. 

책의 끝,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다 읽고 나면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다소 엽기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는 작가의 말솜씨로 인해 굉장히 흥미롭고 공감가는 소설로 만들어졌다. 오죽하면 나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을까.

작가가 펼쳐놓는 화려한 맛의 향연이 우리의 눈을 통해 감칠나게 들어온다.
사랑하는, 맛보는, 거짓말하는 혀. ’혀’는 사랑하며 행복해하고 그 사랑의 끝남에 한없이 슬퍼진 한 여자 ’혀’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여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고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