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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간다. 어릴땐 미처 몰랐던 세상이 눈에 들어오자 삶이 팍팍해짐을 느꼈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있어도 가슴이 답답한 것은 진정으로 마음이 통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때문일테고 힘들다고 내게 기대어오는 사람들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무게감때문이다.

어른이라는 말이 안겨주는 상실감은 더없이 크다. 물론 얻은 것도 많겠지만 지금 내게 느껴지는 것은 오직 끝없는 허무함뿐. 이럴땐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순수하게 읽을 수 있는 책. 금방이라도 자신을 바꾸지 않으면 패배자로 몰아넣을 것같은 자기계발서의 압박과 부동산투기, 펀드투자 쯤 하지 않으면 어디가서 사람 대접도 못 받을 것처럼 구는 실용서적들의 범람 속에서 내 손에 쥐어진 이 책은 얼마나 가치로운가.

오늘만큼은 마음껏 아이여도 좋다. 울고 싶을때 울고 웃고 싶을때 깔깔거리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하늘을 보며 맑은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