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키 바트만은 호텐토트의 비너스라 불리며 19세기 유럽 전역을 돌아다녔던 신화적인 존재인 아프리카 호텐토트족의 여성이다. 백인이외의 종족은 동물 취급을 받던 19세기 당시 유럽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생긴 이 여인은 처음엔 신화적인 존재로 사람들에게 선보여졌으나 점점 갈수록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난도질당하며 25세의 짧지만 험난한 인생을 마치게 된다.

내 나이 20살이었을때 비로소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왔다. 다들 10대에 겪어야하는것을 덜떨어지게 조금 늦게 겪었던 나의 사춘기. 하필이면 그때 난 배낭여행중이었다. 10대였던 시절 나의 커다란 이상이자 꿈이었던 공부를 취미생활처럼 해야했던 것을 혼자서 후회하며 스스로 나의 인생을 개척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던 시절. 그리고 내가 거의 여행의 목적으로 삼아가며 꼭 가봐야할곳으로 꼽았던 곳을 찾았었다. 그곳은 배낭여행객이라면 잘 가지 않는 파리에 있는 한 박물관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서 본건 학문적인 모습도 아니었고 나의 가치관에 맞는 모습들도 아니었다. 내게 그 충격을 줬던 전시물들이 아마도 사르키 바트만의 것이었던 모양이다. 죄다 프랑스어로만 설명이 되어있던터라 정확한 내용들은 이해할수 없었지만 왜 이런 것들이 여기에 전시되어있는걸까란 생각만 잔뜩 하다가 나왔던 그날.

시간이 흘러 그런 기억들이 까마득해져가는 요즘 이 책을 만나서 그 당시의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우리 역시 다를바 없는 동물의 한 종류 취급을 받았었을터라서 그럴까 읽을수록 화가 난다. 지금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간 사르키 바트만에게 이젠 더이상 구경거리가 아닌 사람으로 대접을 받으며 편안히 쉬길 바란다.
그러기엔 살아든 죽어서든 그녀가 받았을 고통이 너무 컸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