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펼치면, 위와 같은 문구가 새겨진 첫 페이지가 펼쳐지고, 그다음 장을 넘기자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선 세계관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신세계 아이들은 부모라는 개념이 없이 유리관 속에서 인공적으로 수정되고 배양된다. 그리고 태어나서도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 등의 계급으로 나누어져 양육된다. 계급에 따라서 그들의 운명도 정해져 있다. 자라서 무엇이 될 것인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하층계급은 하층계급에 걸맞게, 고층 계급은 고층 계급에 걸맞게. 계급에 따라서 다른 교육-여기서 교육이라고 하면, 반복적인 세뇌 학습으로, 이 교육을 통해서 계층 간의 갈등은 생기지 않는다.-을 받고, 다른 삶을 살게 된다.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의 소장은 이렇게 주장한다; 이 모든 것은 사회의 공유, 균등, 안정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리고 신세계 사람들은 '소마'라는 일종의 환각제 같은 물질을 복용해서 행복감에 도취된다. 심지어 그들은 일생을 늙지 않고 젊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두려움 없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한다. 또한 그들은 자유롭게 원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질 수 있다. 물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뜻 보면 이 사람들의 삶은 꽤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문제점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은 만족하고 잘 유지되는 신세계에 갈등이 찾아오는 것은 주인공 버나드와 레니나가 야만인 보호구역-여기서 말하는 야만인이란, 보편적인 신세계 사람들과는 거의 반대된다고 볼 수 있는, 예를 들어 출산을 하는 사람들이다. 신세계 사람들은 그들을 야만인이라 부르며 천하게 생각한다-에 갔을 때이다. 버나드와 레니나는 신세계 사람인 어머니와 야만인 아버지를 둔 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존은 신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버나드는 존에게 신세계를 구경시켜주지만, 존은 신기해하고 경이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역겨움을 느낀다. 그리고 존은 인간이라면 자유롭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불행할 권리도 포함해서이다. 결국 신세계는 존을 파멸로 이끌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책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집중도는 계속 떨어졌고, 호기심이 가는 내용이긴 했지만 내 흥미를 그렇게까지 자극하는 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렵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었다. 초반에는 신세계의 세계관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렸고, 뒤로 갈수록 내용의 흐름도 점점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제대로, 정확히 이해한 부분은 반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덮었을 때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인간이 자유 의지를 가지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태어나자마자 계급으로 서열화되고, 사람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고통은 소마를 이용해서 떨쳐버리는, 상당히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사는 것이, 그런 세계가 과연 진정한 유토피아일까?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는 결코 멋지지 않았다. 나는 '멋진 신세계'를 미래사회로 점점 나아가는 인간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고 싶다. 요즈음 현대문명,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자유의지를 상실하게 하고 쾌락에만 치중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