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목표하는 궁극적인 꿈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기’라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의 특기’라고 한다면 탁월한 업무 능력이나 영어실력, 혹은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의미한다. 당연히 그것들도 ’특기’에 속하겠지만 그런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부분 이외의 또 다른 특기도 있다. 그것은 업무적인 특기가 아니라 ’정신적인 특기’이며 외형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외형을 압도하는 ’내면의 특기’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외형적인 특기에만 치중을 하는 나머지, 이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특기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든 것이 ’성과와 결과’로 말해지는 직장생활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때로는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특기는 곤궁에 처한 자신을 구해내기도 하고 외형적인 특기가 할 수 없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고 상황을 반전시키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K씨(가명)는 퇴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있던 한 고졸 출신 사원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 정도 근무했던 그는 1997년 IMF 당시 구조조정을 당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애초 물류팀 쪽에서 일을 해왔지만 회사의 방침에 따라 교육팀에 배치가 됐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그가 교육팀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곧 퇴사권유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회사로서도 눈물을 머금은 결정이었지만 당시의 혹한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이었기에 남들처럼 그리 쉽사리 사표를 내기도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자긍심을 가지고 다녔던 회사를 퇴사하고 싶지도 않았다. 비록 교육팀에 적응을 해보려고 노력을 했지만 3개월간 아무런 업무도 맡지 못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교육팀은 당시에 한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으로 열심히 교육을 해도 교육생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교육생들은 교육 마지막 시간에 적어서 내는 교육평가서에 늘 최하의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결국 교육 담당자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종국에는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K씨가 처한 상황은 한마디로 최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팀에서의 근무, 거기다가 이미 수많은 탈락자가 있었던 열악한 환경,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자발적인 퇴사 밖에 없는 듯 했다.

 
그러나 여기에서 꺾일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그는 끈질기게 인내하며 자신에게 새롭게 주어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겨우 맡은 업무는 여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주일간의 입소교육이었다. 하지만 이 업무는 교육 팀 내에서도 모두들 하기 싫어했던 업무이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는 고강도 훈련이다 보니 교육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날카로워지고 이를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완수하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만약 이 업무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다면 이제 정말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나흘 째 교육,총 8시간 동안 강을 건너는 ’도강훈련’을 했던 교육생들은 거의 파김치가 되었다. 입고 있던 옷들이 흠뻑 젖었지만 모두들 너무 피곤해서 런닝과 여자 옷들을 숙소인 텐트 앞에 벗어놓고 잠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물에 젖어있던 수많은 옷들이 깔끔하게 빨려서 빨랫줄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이 광경을 보는 교육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과연 누가 그러한 일을 했을까. 그것이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로 퇴사의 위기에 몰려있던 김씨였던 것이다. 그는 젖어있는 모든 옷들을 다 걷어서 강가로 가서 새벽 4시까지 빨래를 했다.

그 열정과 배려에 감동을 한 교육생들은 교육평가서에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최상의 만족을 기록했다. 이제까지 ’최하위 만족도’라는 수모를 면치 못했던 교육팀이 발칵 뒤집어질 일이었다. 회사도 이 결과를 놓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보여준 감동스러운 모습과 열정, 교육생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는 그에 대한 회사의 평가를 180도 뒤집어 버렸다. 그 후 그는 회사의 배려로 야간 대학에까지 다닐 수 있었으며 이어 대학원의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까지 마쳤다. 고졸출신의 사원이 박사가 되었던 것이다.

과연 그의 특기는 무엇이었을까? 원래 물류팀에 있었던 그가 교육팀에서 수모를 받아가며 생활했으니 ’업무 능력’이 특기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해외 사업과의 연관성이 그리 많지 않은 분야다 보니 영어실력도 뛰어날 리가 없었다. 그의 특기는 바로 앞서 이야기했던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특기’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첫 번째로는 자신의 단점을 그냥 단점으로 인정하고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졸이라는 콤플렉스, 거기에다 교육팀에 배정받는 상황은 모두 그에게 최악의 상황으로 작용했지만 그 순간에도 그것을 뛰어난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또한 그는 초기 교육팀에 배정받은 이후 3개월이라는 시간들 동안 끈질기게 인내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말이 3개월이지 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 없이 책상에 앉아있고 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퇴근을 하는 것은 때로는 수치스럽게 느껴질 만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서 새로운 업무를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봤을 때 그 새로운 업무란 하잘 것 없이 보이기도 하다. 그래봐야 ’옷빨기’였기때문이다. 가사노동에서는 무척 중요하겠지만 삼성이라는 대그룹에서 ’옷빨기’는 하찮을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그 일마저도 새벽 4시까지 하는 묵묵한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가진 이 내면적이고 정신적인 특기는 IMF라는 혹독한 시련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고 오히려 정반대로 스스로의 운명을 창조하는 반전의 힘까지 충전시켜주었던 것이다.

특기라는 것을 그저 업무적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내면의 특기는 오히려 외형의 특기를 더욱 강하게 해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업무 능력에 정신의 힘, 그리고 인내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천하무적 직장인’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에세이스트 - (주)오토젠 전무이사 문형진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학사와 MBA를 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을 보좌하며 마케팅, IR, PR 업무 등을 진행했으며, 2008년에는 교육기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청담러닝> IPO를 맡아 KOSDAQ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냈으며 현재는 자동차 부품 업체인 ㈜오토젠에서 기획, 마케팅 글로벌 신규 비즈니스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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