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상사와의 관계 설정을 염두에 둘 때 첫 번째로 해야할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상태’를 기대해서도 안되고 원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상사와는 영원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이 평행선을 어떻게 잘 조율하면서 나아갈 것인가이다. 여기에서 ’정해진 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상사에게 반항하거나 대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때로는 아니꼽고 치사하고 더러워도 이 원칙만큼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 절대원칙이 지켜져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눈물이 쏙 빠지게 자신에게 독하게 대하는 상사가 있더라도 그것은 하드 트레이닝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상사는 부하를 관리하고 명령하고 지시하면서 성과라는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상사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부하들을 밀어붙이고 촘촘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 존재론적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도 상사로서의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나에게도 혹독한 훈련을 시킨 상사가 있었다. 정말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하고 퇴사를 하게 되면 다시는 볼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나중에는 그렇게 혹독하게 받았던 하드 트레이닝이 인생과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로, 뒤에서 상사에게 불평불만을 하고 상사를 따라가지 않을 때는 반드시 상사도 그 부하를 멀리하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이는 본인에게 불이익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상사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국에는 상사에게 평가를 받고 본인에 대한 상사의 한마디가 임원과 CEO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가지고 ’퇴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결국 비슷한 업계에서는 반드시 전 직장에서의 업무 태도에 대한 확인을 하게 된다. 퇴사가 모든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문제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나에게는 기억에 남는 부장님과 상무님있었다. 엄격한 상사-부하의 관계가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두 분의 경우 나이가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 두 분의 스타일은 너무도 달랐다. 부장님의 경우 정확한 수치와 데이터보다는 감과 경험을 주로 믿는 분이었고 상무님의 경우 객관적인 자료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스타일이었다. 문과생과 이과생처럼 달랐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나이가 비슷하다 보니 부장님은 은연 중에 상무님에게 반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점이다. 회의 시간에는 이 두 분 때문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부하직원들은 그 자리가 편할 리가 없었다. 그 분들이 했던 대화 중에 정말이지 압권인 장면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상무님께서 물었다.

"내년도 매출 전망이 어떻습니까?"
부장님이 대답한다.
"그게, 미친X 널 뛰듯이 해서 정확하게 알기가 힘듭니다."
다시 상무님이 물었다.
"그럼 내년 판매 전망은 나왔습니까?"
"그게 안개 낀 장충단 공원처럼 예상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웃을 수도, 울을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지금도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상무님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러던 중에 일부 직원들을 관계사로 재배치하는 계기가 생겼다. 그리고 그 권한은 상무님이 가지게 됐다.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국 부장님은 ’전출 1순위’가 되었고 결국에는 회사를 옮기게 됐다. 하지만 부장급이 이렇게 이동을 하게 되면 불편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원래 그 회사에 있던 직원들보다 승진의 기회도 적어지게 되고 조직 적응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상사에게 반항을 했던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자신이 사장이 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직장은 완전히 그만두지 않는 이상 이 ’상사’의 문제는 직장인들이 짊어지고 가야할 영원한 숙제이다. 모든 숙제에는 반드시 ’답’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답은 냉혹하게도 개인의 선호와 만족도를 절대로 감안해 주지 않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에세이스트 - (주)오토젠 전무이사 문형진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학사와 MBA를 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을 보좌하며 마케팅, IR, PR 업무 등을 진행했으며, 2008년에는 교육기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청담러닝> IPO를 맡아 KOSDAQ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냈으며 현재는 자동차 부품 업체인 ㈜오토젠에서 기획, 마케팅 글로벌 신규 비즈니스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