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출근 ’시간’이 있고, 맡은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도 정해져있다. 회의를 할 때에는 회의 ’시간’이 있고 출장을 갈 때에도 출장 ’시간’이 있다. 매출과 이익도 매달, 분기별, 연단위로 나눠지며 ’시간’을 중심으로 계산된다. 업무의 처음과 끝은 바로 이 시간에 의해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이 정해진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이 결정된다. 시간은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한번 일을 하면 최고의 성과를 내놓아야만 하기 때문에 그토록 시간에 집착하는 곳이 바로 ’기업, 회사’라는 곳이다. 시간을 장악하는 사람이 성과와 이익도 장악할 수 있고 시간을 앞서갈 수 있는 회사는 비즈니스의 맥을 잡고 시장의 판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절대로 관대해서도 친절해서도 안된다. ’5분 정도야 뭐’, ’30분 정도는 기다릴 수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은 직장인들이 가장 경계해야할 나태한 생각이기도 하다.

한번은 직장상사와 함께 5박 6일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가게 됐다. 도착 첫날은 저녁 10시에 모든 일정이 끝났고 다음 날 아침 6시 20분에 호텔로비에서 만나 식사를 한 후 일정이 시작되는 스케쥴이었다. 하지만 미팅 자료를 준비하기 위해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어느 덧 시간은 새벽 4시에 이르고 있었다. 겨우 잠에 들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난 시간이 6시 20분. 급한 마음에 부리나케 내려가 보니 6시 23분이었다. 그래도 시간에 늦지 않았다는 마음에 다소 안정이 됐다. 저 앞에 함께 출장을 갔던 직장상사가 먼저 나와 계셨다. 반갑게 인사를 했지만 급한 질문부터 날아왔다.

"우리가 오늘 몇 시에 만나기로 했지?"

"6시 20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몇신가?"

"6시 23분입니다."

나는 ’3분이 늦은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어젯밤 4시까지 미팅 준비를 했으며 그래서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났음을 말씀드렸다. 물론 양해를 해주길 기대하면서 말이다. 다른 일도 아니고 회사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주실 줄 알았다. 게다가 고작 3분밖에 안 늦은 것 아닌가. 하지만 양해는 없었고 차가운 질책이 돌아왔다.

"늦게 나오는 걸 보니 기초가 안돼있구만!"

솔직히 억울했다. 그러나 나는 곧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나는 왜 그분이 그토록 차갑고 냉정하게 ’3분’을 질책했는지 알 수 있었다.

6시 20분과 6시23분이 시간적인 갭으로 보자면 3분밖에 되지 않는다. 커피한잔 마시는 시간보다 짧다. 그런데 그것의 이면에는 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단순히 ’몇분을 늦었냐’의 문제가 아니라 ’약속을 지켰냐, 안지켰냐’의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다. 6시 20분에 내가 도착했다면 나는 ’약속을 지킨 것’이 되고 6시 23분에 도작했으면 나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 그것은 6시 21분이어도 22분이어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 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3분 밖에 안 늦었는데요’라는 변명은 전혀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이 그저 한 번의 질책으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시간 약속의 문제는 결국 한 개인의 승진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내가 아는 K과장은 두 번의 지각에서 늦은 시간은 총 1시간 정도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단 1시간이 그의 승진을 3년 이상 지연시켰다. 이제 더 이상 ’3분밖에 안늦었는데요’라거나 혹은 ’30분 정도 늦은 걸 가지고 그렇게 까지’라는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시간 약속만큼 쉬운 것도 없다. 시간을 지키는 데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업무역량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치밀한 두뇌싸움을 하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이동 시간을 미리 계산하고 조금만 서두르면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것이 시간약속이다. 이 쉬운 것도 지키지 못한 직장인이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래서 앞서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는 말은 정확하다. 기초가 탄탄하면 실패해도 중간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기초가 되어 있지 않으면 매번 실패할 때마다 모든 것은 바닥까지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또다시 힘겹게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인생의 낭비고 삶의 허무함이다. 최고의 성과는 ’시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직장생활, 5년을 잘 보내면 "인생"이 달라진다] 당신의 인생을 바꿀 직장생활 5년 - (1)회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