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장들은 직원들이 ’사장처럼 일해주길’ 원한다. 그리고 또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후배들에게 ’사장처럼 일하라’고 말한다. 나 역시 같은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도대체 사장처럼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회사는 내 회사’라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우면서 회사에 대한 애착을 높이라는 것일까? 아니면 월급 주는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서 그 월급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하라는 것일까? 혹은 ’사장들은 돈 들어가는 걸 아까워하니까 악착같이 부대비용을 아끼면서 업무를 하라’는 의미일까?

어떤 직장인들은 이 말을 오해한 나머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사장도 아닌데 그렇게 일하면 사장만 좋은 거 아냐?’ 혹은 ’뭐 하러 내 회사도 아닌데 내가 희생을 해?’라는 생각이 가장 단적인 것이다. 사장처럼 일하라는 말의 이면에 ’회사를 위해 희생하라’는 강요가 은연  중에 녹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직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혹은 사장 혼자만 좋으라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는 자신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이어 종합적인 판단력과 미래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안목을 키워주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장연습’을 한다는 것은 곧 ’성공연습’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우선 첫 번째로 사장들을 직원들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기를 원한다. 여기에서 성과란 곧 매출을 의미한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일에 사장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매출을 올린다는 것은 모든 노하우와 실력이 집약되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경쟁자들을 꺾을 수 있는 업무역량을 갖추지 않고서는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사장처럼 일한다는 것은 곧 최고의 업무역량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사장처럼 일하게 되면 자신의 회사가 발전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도 더욱 업그레이드된다는 이야기다.

’사장처럼 일하기’의 두 번째 성과는 역경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의지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장들은 결코 쉽고 만만하게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직원의 월급을 위해, 그리고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사장들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직원들의 경우 그리 절박한 위치에 처해있지 않다. 회사가 망하면 자신도 일자리를 잃는다는 생각을 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곳에 가면 되지 뭐’라는 생각이 절박함의 농도를 희박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장보다는 훨씬 포기를 쉽게 하고 집요하게 일에 매달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장의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면 일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안되면 말지’가 아니라 ’반드시 되게 한다’로 변하게 된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어떤 자세와 태도가 더 탁월한 성과를 낼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사장처럼 일하기는 자신의 좁은 시각을 탈피하고 전체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혜안을 길러준다. 주어진 업무에 만족하고 그것만 이뤄내면 더 이상 나의 책임은 없다라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제한적인 시각만으로 장기적인 자기발전을 도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사장의 시각은 전체를 꿰뚫고 있다. 매출구조, 인력활용, 위기관리, 신성장동력 개발 등 모든 것을 종합해서 전략을 짜고 매 시기에 맞는 전술을 구사한다. 사장처럼 일하게 되면 바로 이러한 혜안을 기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종합적인 시각은 또한 자신의 업무 역량으로 선순환되어 쌓이게 된다. 현재 자신의 업무를 주어진 업무 그 자체로 보면서 일을 하는 것과 전체적인 회사의 발전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파악하고 그 위상을 꿰뚫고 일을 하느냐는 큰 차이가 나게 된다.

’사장처럼 일하기’는 사장보다는 당사자 개인에게 더욱 ’남는 장사’라고 할만하다. 탁월한 업무역량을 기르고 역경과 싸울 투지를 높이고 종합적인 시각을 연마하는 것은 모두 이 ’사장처럼 일하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두고 ’희생을 은연 중에 강요한다’,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은 적지 않은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장처럼 일하기’처럼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주제가 바로 ’충성’이라는 것이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충성하는 직원들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많은 연봉을 준다. 또한 직원들이 최대한 자신들에게 충성해주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충성에도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직장인들이 있다. 일종의 ’사내정치’라는 부분과 맥락적으로 연결되면서 또 다른 왜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충성을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잔머리’, ’승진을 위해 아양을 떠는 것’ 등으로 격하시키고 이에 거부반응을 나타낸다. 하지만 직원들을 판단할 때 가장 높이 사는 부분은 다름 아닌 ’’충성심’이다. 그렇다면 왜 충성심을 그토록 높이 평가할까? ’회사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직원’을 뽑기 위해? 모든 직원들을 ’승진을 위해 아양을 떠는 직원’으로 만들기 위해?

충성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바로 그것이 ’상사 개인의 호불호(好不好)를 만족시켜주는 행위’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충성은 본질적으로 한 개인을 만족시켜주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의 도식적인 한계를 깨뜨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성하지 않는 직원, 즉 회사와 자신을 심정적으로 분리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도식적인 한계를 뛰어넘지를 못한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고, 상사는 상사고 나는 나다’라는 틀 안에서는 자기 발전을 꾀하기가 무척 힘들다. 이 틀 안에 갇혀있을 때에는 자신의 시각만을 고집하고 모든 것을 이제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만 할 뿐이다.

’늘 그래왔던 방식’은 창의적인 자기 발전에 결정적인 해악을 끼친다고 할 수 있다. 충성이란 자신의 방식을 버리고 상사가 가진 방식, 상사가 원하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상사의 시각이 되고 상사의 입장이 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의 상사였던 모지점장님은 충성이라는 것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물이었다. 어느 날 독일 출장 중에 상무님이 그 지점장님에 대해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자네는 그 사람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아나?"
"글쎄요, 뛰어난 분석력과 추진력이 아닐까요?"
하지만 상무님는 그런 업무의 능력과 성과만을 장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그런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보다는 더 큰 장점은 바로 나의 마음을 잘 읽는다는 거야. 내가 세 개를 필요로 하면 그 마음을 읽어서 네 개까지 준비한다니까. 자네 충성이란 게 뭔지 아나? 일을 잘해내기 위해 상사의 마음을 읽고 그것을 만족시켜주는 거지."

본질적으로 ’자기발전’이라는 것은 자신의 한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각,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것에서 장점을 끌어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안에 발전의 동인이 바닥이 났을 때 역시 곧 자신보다 더 뛰어난 사람의 마음이 되어 그것에서부터 새로운 발전의 동인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충성이라는 것은 개인의 호불호를 만족시켜주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진지한 의미에서의 충성은 매순간 상사의 입장이 되어 그것에서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뜨거운 열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충성의 결과가 ’상사의 만족’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충성을 ’상사 개인의 호불호를 만족시키려는 행위’라는 보는 착시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충성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그것의 표피적인 결과가 아니다.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동적이면서 발전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과정, 그리고 윗사람을 벤치마킹해서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도전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세이스트 - (주)오토젠 전무이사 문형진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Oklahoma State University)에서 학사와 MBA를 했으며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래산업 정문술 회장을 보좌하며 마케팅, IR, PR 업무 등을 진행했으며, 2008년에는 교육기업으로 관심을 끌었던 <청담러닝> IPO를 맡아 KOSDAQ에 상장시키는 성과를 냈으며 현재는 자동차 부품 업체인 ㈜오토젠에서 기획, 마케팅 글로벌 신규 비즈니스 업무를 총괄하는 전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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