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제목의 소설이다.

지은이 송은일은 이 작품을 위해 공방에서 소목을 배웠다던가. 나는 가

끔씩 작품 자료 조사를 위해 전국을 헤매고 아니 전세계를 떠돈다든가 몇 년을 바쳤다던가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작품의 완성도 내지는 예술성을 떠나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 한 꽃살문에 관한 전설'이다.

 

 책에 손을 대자마자 나는 무엇에 홀린 듯 정신없이 읽었다. 그 흡인력이라니...

주인공은 전통공예대전에서 대상을 받는  소목장 이율희. 그것으로 인해 그녀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그녀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율희 옆에 붙어 있는 사람은 유태준과 최시형이다. 유태준은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사이이고 최시형은 대학을 같이 다닌 사람으로 역시 이율희 곁을 맴돌며 이율희를 돌봐 준다.

전체을 이끌어 가는 것은 이율희 집안과 유태준 집안의 문제. 이율희 집안은 운명적으로 유씨 집안과 잘못 맺은 관계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음을 당한다. 결국 유태준도 그것 때문에 이율희와 결혼을 못 하고 아무 감정도 없는 변호사 박명신과 결혼을 하는데...

운명의 장난인지 유태준과 헤어지고 작품을 위해 고향인 달아실로 내려간 이율희는 거기서 이불란암 꽃살문을 만들고 난 다음 쓰러진 후 병원 의사인 유사준과 얽히게 된다. 유사준은 이율희의 언니 이연희를 어린 나이에 강간해 죽게 만든 유기종의 아들.

이렇게 얽히고 설킨 관계에서 유사준은 이율희와 관계했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죽음을 당하고 이율희는 달아실을 떠나 자신의 양어머니로 삼은 원화보살이 있는 이불란암에 머물다가 유사준의 아이를 위해 서울로 옮긴다. 뒷부분에 유태준이 이혼하고 이율희와 함께 살고 그 동안 자신이 지은 죄를 갚으려고 하나 이율희는 아이를 낳다가 목숨을 잃게 된다.

 

 복잡한 애증관계의 작품을 대할 때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한다. 박명신은 자신이 남편을 빼앗겼다는 생각에 청부폭력을 휘둘러 이율희를 괴롭히고, 유기종은 아들까지도 자신의 죄물로 삼을 정도로 냉정하고...

이율희는 자신에게 오는 모든 것을 결과가 어느 정도 정해졌는데도 불구하고 피하려고 하지 않는다. 어쩌면 운명이라서 피한다고 피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이런 것을 볼 때 10여년전에 읽은 임선영의 '억새풀'이라는 작품이 떠오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이 작품도 운명의 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칠수록 더욱 운명에 얽혀드는 집안 이야기다. 그때 나는 그 책을 읽으면서 실화라는 사실과 섬찟함에 떨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제법 덤덤하게 받아들여진다. 이것도 나이 탓이겠지.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밖에서는 찬 바람이 으르렁거리고 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책 한권에

빠져 정신이 몽롱해진 하루. 우리에게는 어떤 예측할 수도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많은 책을 읽으며 미로 찾기처럼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