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수상하다.

이현수의 장편소설 '신기생뎐'을 읽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생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기생의 내면까지 짚어보는 작가의 태도에 새삼스레 찬사를 보내게 된다.

 

 물론 허구이긴 '부용각'이라는 기생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풀어가고 있는데 부용각의 실질적인 주인 타박네에서 다음 세대에 기생을 이어가리라 기대되는 미스 민까지 시선이 다양하다.

 

 시대는 현대, 배경은 군산.

부용각이라는 기생집에는 타박네라는 부엌어멈과 오마담이라는 기생이 버티고 있다. 목포에서 만나 군산에서 기생집을 운영하기까지 두 사람은 모녀처럼 지낸다. 타박네는 인물이 빠지지만 속이 깊고, 오마담은 소리기생인데 기생답게 어떤 사람에게나 쉽게 마음을 준다. 두 사람이 없는 부용각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은 공고한 관계를 유지한다.

다음 세대를 끌어갈 인물로는 미스 민이 있다. 미스 민은 춤 기생이다. 집안이 가난해 춤으로는 독보적인 존재인데도 불구하고 기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오마담처럼 마음이 여리지 않고 자신의 입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오마담의 기둥서방인 김사장은 말 그대로 기둥서방이다. 오마담에게서 아파트 전세금을 빼먹고도 모자라 부용각을 통째로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나 목적 달성을 못 하고 도망간다.

다음 인물로는 집사가 있다. 부용각의 자질구레한 일을 도맡아 소리없이 처리하는 박기사이다. 그는 우연히 오마담을 보고는 오마담에게 마음을빼앗겨 부용각에 눌러앉은 사람이다. 오마담도 그런 사실을 알지만 그만의 속깊은 사랑인지 내색을 않고 지낸다. 어쩌면 오마담에게도 그를 이용하려는 남정네 말고 정말 가슴 아리게 사랑할 사람 하나쯤 필요할 것이다. 몸으로 하는 사랑이 아니고 가슴으로 하는...

 

 '기생 '하면 우리는 조선시대 황진이나 매향을 떠올리게 된다. 나름대로 지조있고 시,서,화에 능하고 가무에 능한 기생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기예 말고 인간의 관점에서 그들에게 다가간다. 누군들 애환이 없으랴. 더구나 일제말부터 기생이 본격적으로 사라진 시기에 존재하는 기생은 더욱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생이 되어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건 채련이 이야기나 소리를 위해 60 나이에 온갖 고생을 마다 않는 오마담을 보면서는 그들도 우리네와 같은 사람이요 상황에 떠밀린 인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누군들 그렇게 살고 싶으랴.

 

 어떻게 살고 있건 기생도 사람이다. 기생의 본분에 충실한 사람도, 기생의 숙명을 이기지 못 하고 다른 길을 걷는 사람도 우리가 묵묵히 인정하고 존재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부용각을 지키려는 타박네의 노력과 생명력이 바로 우리 것을 지금껏 있게 하는 힘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곳에 있는 어떤 것도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