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곳에는 시인이 있다'

아직도 시인은 사회에서 그리 잘난 사람도, 그리 부자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 사색에 잠겨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뜻일까?

지은이 이기철 자신이 시인이자 평론가이니 누가 무어라고 해도 심사숙고해서 제목을 정했을텐데 제목에서 그야말로 쓸쓸함이 묻어나 마음 한 켠이 텅 비인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많이 알려진 시인과 시를 곁들여 본인이 옆에서 본 모습을 비교적 진솔하고 담담하게 써나간 책이다. 그런 종류의 책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나는 본래 시를 좋아하다 보니 시와 관련되고 시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잘 사 보는 편이다. 물론 이 책에도 익히 알려진 이야기가 실린 경우도 있고 시를 좋아한다고 하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시인도 있어서 부끄러운 마음을 금하지 못 했다. 내가 시만 읽고 산 것도 아니니 그럴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시에서도 내 마음에 맞는 시만 골라 읽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시의 패턴이 있다는 얘기이다.

깔끔하고 사색적이고 그러면서도 현실에서 동떨어지지 않은 시! 그러고 보니 무척이나 막연하다.

 

   혼자 가야 한다

   산이 산을 업고 업은 산을

   내가 업고

   그것이 길이다

   문이 없다

   마른 나무 이파리들이 떨어져 뒹구는

   경전 책장을 밟으며 길을 찾는다

 

이성선 시인의 '문이 없다'의 일부분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시를 읽고 나서 느끼는 것과 시인이 시를 쓰면서 생각한 것이 일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시를 잘못 이해했다고 할 것도 아니다. 시를 읽으며 마음에 와 닿는 것, 마음을 건드리는 무엇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시를 읽는 시간이 보람되다. 아니 그것이 없더라도 시를 읽는 순간만은 적어도 작은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리라는 것. 그래서 나는 시를 읽는다. 외어도 자꾸 잊어버린다는 핑계하에 외우지는 않고 나는 오늘도 시를 읽는다.

 

 수년 째 월요일 아침에 이메일로 지인들에게 시를 보낸다. 때로는 조심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기분이 좋기도 하고, 때로는 속상하기도 하고...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월요일 아침 배달된 시를 읽으며 깨끗한 마음으로 하루를, 아니 한 주일을 시작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일요일 밤 졸린 눈을 비비고  작업을 한다.

혼자 보기 아까워 동문회 홈페이지에 올린다는 친구, 프린트해서 아예 한 권의 시집처럼 만들었다는 사람, 시를 보면서 또 한 주일이 새롭게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제자, 파일을 만들어 따로 관리한다는 분 등등.

이렇게 작은 일로 시작한 것이 사람들에게 잠시 잠깐이라도 샘물 같은 휴식이나 기쁨을 줄 수 있다면 시의 힘은 진정 큰 것이 되리라.

오늘도 다음 주 월요일에 보낼 시를 찾아 읽으며 아니 외우려고 노력하며 그 시간만이라도 잡념에서 벗어나 순수해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